우크라이나, 러 스타일로 기습공격
모스크바 군사학교 출신이 사령관
"7일만에 7개월간 빼앗긴 땅 회복"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지상전을 감행한 지 8일째인 13일 거침없는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74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올해 7개월 동안 점령한 면적을 일주일 만에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쿠르스크주에 인접한 벨고로드주도 민간인 사상자가 나와 러시아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지상전은 '대반격'이라고 명명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던 지난해 공격과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밀한 기습을 대담하게 추진해 러시아 영토를 적지 않게 점령하는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동부 전선은 열세에 처해 있어 평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3일 "하루 동안 3km를 더 진격해 러시아 영토 40㎢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밝혔다. CNN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본토 면적(1000㎢)은 러시아가 올해 탈취한 우크라이나 영토(1175㎢)와 맞먹는다. 이번 지상전으로 러시아에선 약 20만 명의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주에서 선전하며 인접한 벨고로드주에서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뱌체슬라프 글랏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에서 "연이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집들이 파괴되고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상전은 우크라이나의 철저한 보안 유지가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병력 이동은 훈련이라고 감췄으며, 일부 군인은 군복 대신 사복을 입고 움직였다.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도 지상전 개시 며칠 전에야 임무를 전달받았으며, 미국조차 공격 개시 다음날에야 상황을 파악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지상전 성공의 키워드는 속임수와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전을 이끈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구 소련 출신으로 군사훈련도 소련에서 받았다. 소련 고등 군사교육기관인 모스크바 고등 군사 사령부에서 수학했고 1982년 졸업 후엔 포병대에 입대해 소련 해체 전까지 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옛) 체코슬로바키아 등에서 복무했다. 소련 붕괴 후 그가 속했던 부대가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로 이관되면서 우크라이나로 왔고, 우크라이나 여성과 결혼하고 가족을 꾸리면서 우크라이나에 완전히 정착했다.
시르스키는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지상군 사령관으로서 수도 방어를 지휘했다. 키이우 코앞까지 온 러시아군으로부터 성공적으로 키이우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해 병합했을 당시 우크라이나 대테러 작전 사령관으로 활약했고, 이듬해에는 돈바스 전쟁을 총지휘했다.
시르스키의 부모와 형은 러시아에 아직 거주 중이다. 그의 어머니는 특히 열성적인 푸틴 지지자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에서는 시르스키를 우크라이나인이 아닌, '배신한 러시아인'이라고 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개전 후 시르스키를 향해 "(러시아에 대한) 서약을 어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배신한 반역자"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