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때 같은 백신·치료 불평등 반복 안돼"
위험 확산 분기점…강력대응 않으면 무서운 변이 '들불'
보건전문가들 "거대 제약사들의 이익추구 맞서야"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이 질병이 전 세계로 번져 인명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엠폭스 발병의 중심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대해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세계가 위험에 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4일 엠폭스에 대해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1만8천700명 이상의 엠폭스 확진자와 500명 넘는 사망자가 보고됐다.
이는 작년 한 해 엠폭스 감염자를 넘는 수준으로, 아프리카질병통제센터(CDC)도 아프리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이미 선포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 부연구위원인 에베레 오케레케 박사는 "이런 비상사태 선언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는 심각할 수 있다"며 "새롭고 더 위험한 변이의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행동하지 않을 경우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나머지 전 세계에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케레케 박사는 "코로나19 시대 이후 보건 비상사태에 대한 세계적 대응의 시험대가 되고 형평성의 교훈을 배웠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개발도상국에는 검사 기구와 백신, 개인보호장비 등이 보급되는 데 부유한 선진국에 비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주요 질병 발생 시 전 세계의 대응 방법을 규정하는 팬데믹 협약에 대한 협상은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시한 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는 개도국이 자국에서 번지는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대가로 서방의 지원이 필요한 의약품과 치료를 어떻게 보장할지를 놓고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영국 시민운동단체 '글로벌 저스티스 나우'의 닉 디어든 이사는 "엠폭스는 수년간 소수 아프리카 국가의 풍토병이었다"며 "치료 약이 있는데도 서구에 위협이 될 때까지 중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이와 같은 불평등이 벌어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선진국 제약업체들의 큰 이익 추구로 가난한 나라에는 백신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이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디어든 이사는 영국을 비롯한 부유한 나라가 거대 제약사에 맞서고 팬데믹 협약 협상에서 이런 불평등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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