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음악에서 ‘시대의 경계’는 무의미해졌다. 과거의 히트곡이든 갓 발표된 최신곡이든, 음악은 더이상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를 초월해 소비되고 있다. 이는 숏폼 콘텐츠의 급부상이 불러온 중대한 변화다.
▲ 틱톡 ‘올해의 여름 노래’ 톱10 발표…왜 과거의 히트곡이 Z세대 사랑 받았나
21일 글로벌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글로벌 및 국가별 ‘올해의 여름 노래(Songs of the Summer)’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는 틱톡에서 생성된 콘텐츠에 가장 많이 사용된 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위 10개 음악을 꼽은 차트다.
한국 랭킹 1위는 온라인을 휩쓴 ‘밈(meme)’의 주인공 위아더나잇의 ‘티라미수 케익’이다. 이 노래는 2015년에 발표된 곡이지만, 배우 김성철이 2018년 드라마에서 부른 영상이 서서히 입소문 타다가 올해 틱톡 등을 통해 챌린지가 급속도로 유행하며 새롭게 주목받았다.
이뿐 아니라 ‘톱10’ 안에 프리스타일의 ‘Y’(2004년), YB의 ‘사랑했나봐’(2005년), 걸스데이의 ‘반짝반짝’(2011년) 등 과거의 히트곡이 여럿 포함됐다. 이들 노래도 숏폼 콘텐츠 배경음악, 댄스 챌린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온라인에서 부활했다. 실제로 절절한 멜로디의 ‘사랑했나봐’의 경우, 숏폼 안에선 애절함과 상반된 빠른 속도의 춤을 추는 챌린지 붐이 일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한 곡들도 Z세대가 새롭게 즐긴다면, 얼마든지 시기와 관계없이 인기를 끌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다.
▲ ‘신예’ 아일릿과 TWS, 어떻게 단숨에 숏폼 유행곡이 됐나
반면, 오랜 기간 구축된 강력한 팬덤이 없는 신인이라도 숏폼 플랫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면 일약 스타덤에 오를 기회 또한 커졌다. 일례로 아일릿의 ‘마그네틱’과 TWS(투어스)의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가 ‘톱10’에 이름을 올렸는데, 두 그룹 모두 올해 데뷔한 신인이다.
지난 3월 발매된 아일릿의 데뷔 타이틀곡 ‘마그네틱’은 좋아하는 상대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마음을 자석에 비유한 곡이다. K팝 데뷔곡 최초로 빌보드 메인 송차트 ‘핫 100’에 입성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이 노래는 하이라이트 구간의 간결하면서 중독성 높은 퍼포먼스로 많은 이들의 댄스 챌린지 참여를 이끌었다. ‘마그네틱’은 틱톡 ‘올해의 여름 노래’ 한국과 일본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며, K팝 곡 중 유일하게 2개 국가/지역 ‘톱10’에 포함됐다. 챌린지 열풍이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확산한 결과다.
‘톱10’ 내 유일한 K팝 보이그룹 투어스는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 스페드 업(Sped-up) 버전으로 순위권에 들었다.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는 투어스만의 청량하고 시원한 칼군무가 숏폼 이용자들의 댄스 챌린지 욕구를 자극했다. 특히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 스페드 업 버전이 지난 6월 26일 발표된 점을 고려하면, 이 노래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숏폼 플랫폼에서 확산됐는지 실감할 수 있다.
숏폼의 시대가 도래하며, 단순히 듣기만 하던 음악 소비 패턴은 과거가 됐다. 누구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래 커버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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