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알프스· 히말라야…

이미 수천개 자취 감춰
향후 1만개 달할 수도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 산맥 기슭에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해발고도 2700m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이 기린 것은 사람이 아닌 빙하였다. 알프스의 피졸 빙하가 사라지게 된 것을 추모하는 상징적인 의식이었다.
피졸 빙하는 2006년 이후로 원래 크기의 80~90%를 잃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날 장례식은 스위스기후보호연합(SACP) 주최로 열렸고 지역 주민들과 환경운동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고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지구 온난화로 이처럼 전 세계에서 수천개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마지막 빙하를 잃었고, 뉴질랜드에서도 적어도 264개의 빙하가 자취를 감췄다. 미국 서부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400여개의 빙하가 소멸했다.
스위스 연구진은 1천개 이상의 작은 빙하가 사라졌다고 집계했고, 동아프리카에 남아있는 빙하는 2㎢도 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는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빙하가 늘어나자 과학자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처럼 소멸하는 빙하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첫'빙하 장례식'은 2019년 8월 아이슬란드의 700살 된 오크 빙하 장례식이었다. 오크 빙하 장례식이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소멸하는 빙하를 지도화하는 데 기여한 셈이다.
오크 빙하 장례식을 기획했던 텍사스주 라이스대학 소속 인류학자인 시멘 하우와 도미닉 보이어는 남아메리카와 아시아, 인도 등지에서 소멸 위기에 처해 있거나 사라진 빙하 15개를 보여주는 빙하 '사상자 명부'(casualty list)를 만들었다. 포틀랜드 주립대의 빙하학자인 앤드루 파운틴은 미국 서부를 시작으로 남아 있는 빙하를 정리한 '빙하 재고 목록'도 작성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빙하학자 마티아스 후스는 세계적으로 1만개가량의 빙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빙하학자들은 자국에서만 8천개 이상의 빙하가 소멸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