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차례 무산 끝에 국회 문턱 넘어…2026년부터 시행
범죄피해자보호법·부동산등기법 개정안 등도 통과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권희원 기자 =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는 상속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사망한 자녀 등)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학대 등 범죄를 저지른 경우와 같이 상속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법정 상속인(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2019년 사망한 가수 구하라 씨의 오빠 호인 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하면서 구하라법으로 불리게 됐다.
구하라법은 20,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정쟁에 밀려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 또는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상속권 상실'이 가능한 조건으로 적시했다.
피상속인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으며 피상속인의 유언이 있는 경우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한다.
유언이 없었던 경우에는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부양의무 위반 등 행위를 한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개정안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다. 헌법재판소가 직계 존·비속 유류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난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는 개정 배경에 대해 "천안함·세월호·대양호 사건과 같은 각종 재난재해 이후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재산의 상속을 주장하는 등 국민 정서상 상속을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해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범죄피해구조금을 분할해 지급하고, 가해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현행법은 미성년자 등 구조금 관리능력이 부족할 수 있는 피해자에게도 구조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해왔지만, 개정안은 피해자의 연령·장애·질병 등을 고려해 구조금을 분할해 지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또 가해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때 보유재산을 조회해 신속히 추심이 이뤄지도록 하고, 우리 국민의 배우자이거나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를 양육 중인 체류자격 있는 외국인도 범죄피해구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급 대상자를 확대했다.
모바일 등기신청 시스템을 도입하고 법인의 지점·분사무소 등기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등기법 개정안과 상법·민법 등 4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등기신청시 필요한 행정정보가 관공서에서 관할 등기소로 직접 제공되기 때문에 등기소에 방문할 필요 없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부동산 계약 현장에서 바로 등기신청을 할 수 있다.
또 기존에는 법인이 지점·분사무소 등기를 별도로 마련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본점·주사무소 소재지에서 지점·분사무소 등기도 할 수 있게 됐다.
회사·법인이 주소를 이전한 경우에도 기존 등기기록을 폐쇄하고 다시 개설할 필요 없이 기존 기록에 변경사항만 등기도록 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