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합성물 유포돼 모르는 사람 협박당해…'가족사진'까지 도용

'범죄'라는 인식 갖지 못해 딥페이크 방치…처벌 않고 '합의' 종용도

경찰수사·사법절차에 불신…"합당한 처벌 받아야", "국가 주도 강력대응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 교사인 A씨는 학생이 알몸으로 합성한 자신의 사진을 직장 및 이름, 전화번호와 함께 SNS에 올려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전화와 카톡, 문자가 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겪었다. 같은 학교 다른 선생님 또한 같은 피해를 당했다.

#2. B중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같은 학교 학우를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인 불법물을 제작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은 퇴학은커녕 피해 학생과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졸업까지 했다.

#3. 중학생 C양은 초등학교 동창이던 남자 학우가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누군가에게 합성을 요구한 것을 발견했다. 학교에 알렸으나, 당시 학교는 친구끼리 사과하고 넘어가라고 했다.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불법 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불법 합성물로 학생과 교사들이 겪는 피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타인의 사진이나 영상물을 성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합성·편집한 '딥페이크'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학교 구성원은 500명이 넘었다.

불법 합성물 범죄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발생했고, 초·중·고교뿐 아니라, 유치원, 특수학교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대상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돈을 받고 딥페이크를 제작해준 학생도 있었으며, 교사의 '가족사진'까지 도용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한 사례도 확인됐다,

단순히 자신의 사진이 합성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와 관련한 협박 범죄에 노출된 사건도 다수였다.

더구나 발생하지도 않은 허위 피해를 빌미로 사진, 신상, 금전 등을 요구하는 협박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처럼 딥페이크와 관련된 각종 범죄가 만연한 중에 다수의 학교 구성원은 불법 합성물 성범죄를 다루는 경찰 수사와 사법 절차에 심각한 불신을 갖고 있었다.

위 사례 중 교사 A씨는 1년간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다가 최근에야 피의자가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돼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하려 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피의자 정보를 교육청 및 학교,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하지 못한 것은 물론 관련 보호 지원도 받지 못했다. 피해자인 A씨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또 다른 교사 D씨도 불법합성물이 SNS 등에 개인정보와 함께 올라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협박성 연락을 받았다.

가해 학생의 신원 또한 특정됐으나, 가해 학생은 전학 가는 것 외에 제대로 된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과조차 없었다.

이처럼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듯한 수사기관과 학교당국의 대응에 분노하면서 관련 피해자들은 강력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처벌과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이미 불법합성물을 제작한 경우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범죄를 자꾸 교육의 하나로 여겨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문제"라는 등의 의견을 전했다.

또 "피해 학생이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갖지 않도록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 "2차 가해가 너무 심각하다. 피해자에 대한 '네 얼굴은 흥분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과 다른 학생들에게 '다음에는 너 차례'라는 식의 협박이 이뤄지니 2차 가해를 하는 학생들에 대한 징계 및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교조는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반영해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범정부 차원의 피해자 회복 지원과 국가 주도의 강력 대응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 조치와 교육활동 보호, 지원을 위해 교육당국과 지속해 협의하며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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