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 응급환자 재이송 급증…진료 축소 응급실 혼선
(전국종합=연합뉴스) 반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 속에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응급환자가 목숨을 잃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5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께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 도로에서 차선 변경 중 버스에 치인 오토바이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이 환자는 청주권 병원 4곳으로부터 이송을 거부당하면서 수혈, 기관 내 삽관 등 응급 처치를 사고 약 40분 만에 받았다.
이후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또다시 12곳의 병원으로부터 이송이 거부돼 사고 4시간 30여분 만인 이튿날 오전 1시 34분께 약 120㎞ 떨어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도착했다.
이송이 더 지체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환자 의식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광주에서는 오전 7시 32분께 조선대학교 교정에서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여대생이 직선거리로 100m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인접한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중태에 빠졌다.
당시 조선대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다른 환자를 처치하고 있었고, 여대생 이송이 가능한지를 문의하는 119 구급대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날부터 응급실 축소 진료가 시작된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접수 자체를 거부당해 발길을 돌린 경증 환자들로 혼선을 겪었다.
아주대병원은 전문의 공백을 메워온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로 피로가 커지자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심폐소생술 등을 필요로 하는 초증증 환자만 받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는 부산 기장군 한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70대 근로자가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사망했다.
숨진 근로자는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었지만, 긴급 수술을 해줄 병원을 알아보느라 4시간가량을 허비하면서 숨을 거뒀다.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달 4일에는 경기지역에서 만 2세 여아가 열경련으로 쓰러져 응급실 11곳으로부터 이송 거부를 당한 뒤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 아이는 한 달이 지난 이날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를 따르면 의료공백 상태가 발생한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119 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이상 재이송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17건이나 된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연간 기록을 웃돌았다.
2차례 재이송 사례는 올해 상반기 78건으로 지난해 1년간(84건)의 기록을 거의 따라잡았다.
소방청과 관련 통계를 함께 발굴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정부는 응급의료 현장의 심각성을 낮게 판단하고 있지만, 구급 대원들과 소방당국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났다"며 "구급대원들과 소방당국의 업무부담을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숙희 김솔 김은경 김혜인 이성민 정회성 차근호 천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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