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지역화폐법 강행처리에 與 반발…정책위의장 회동 하루전 취소

법사위·국토위도 巨野 독주에 파행…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도 공전

정기국회 시작부터 파열음 커지며 '민생공약 협의기구'도 물 건너가나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임형섭 기자 =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민생 협치를 다짐했던 여야가 다시 정면 대치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28일 비쟁점 민생법안 합의 처리와 1일 여야 대표 회담으로 '민생 협치' 분위기가 오는 듯했지만, 거대 야당이 각 상임위에서 안건을 연일 단독 처리하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잇따르자 일순 날카로운 대치 정국으로 전환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론 추진하는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을 여당의 반대 속에 강행 처리했다. 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 사업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거쳐 추석 전인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지역화폐법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자 여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그 여파로 6일 민생공약협의기구 구성을 위해 예정됐던 여야 정책위의장 회담도 취소됐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국토부 결산안 부대 의견에 '대통령 관저 증·개축 과정에서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을 넣을지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민주당은 국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부대 의견 명시를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용산구청의 가설건축물 축조신고 처리 공문 등을 제시하며 반대했다. 야당은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파행 속에서 부대 의견을 담은 결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민주당의 채상병특검법 단독 상정으로 인한 여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이 채상병특검법 상정을 비판하며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빌런"이라고 비난한 것을 두고 정 위원장이 이날 사과를 요구했으나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파행을 빚었다.

이에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이틀째 불발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선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의 '나치' 발언을 두고 여야가 대립했다.

엄 의원이 "야권의 선전 선동이 나치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공방이 가열되자 회의가 잠시 정회했다가 엄 의원의 유감 표명 이후 회의가 이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도 야당 요청으로 연기됐다.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대한 당내 이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적격·부적격 사유를 병기해 의결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취소를 요청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회의장 밖에서는 대통령실과 야당 간 충돌이 빚어졌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총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선거 농단"이라며 '김건희 특검법' 수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해당 의혹의 중심에 있는 전직 의원은 애초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날 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를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소환 조사한 것을 두고도 민주당은 "야당 대표도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막장 행태"라며 맹비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씨는 7월 초 출석 요구를 받고 이제 출석하는 것"이라며 "할리우드 액션으로 두둔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100일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 간 파열음이 잇달아 표출되면서 민생 협력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당장 여야 대표가 회담을 통해 합의한 '민생공통공약 협의기구' 실무 협상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국회 차원의 연금개혁 논의도 좀처럼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2%로 하고 세대별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 연금수령액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전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조속히 구성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을 먼저 처리하자고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정부안에 반대하며 특위 구성에도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yu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