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쥐락펴락하던 시진핑 측근
불륜·혼외자 의혹에 1년 전 자취 감춰
워싱턴포스트 "출판사 한직으로 강등"
지난해 6월 말 이후 1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친강 중국 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외교부 산하 한 출판사의 한직으로 좌천당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8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친 전 부장이 중국 외교부 산하 세계지식출판사의 하위 직책을 맡게 됐다고 두 명의 전직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의 한 관리는 "친 전 부장이 신임을 잃었으나 곤경에서는 벗어났다"며 "감옥에 가지 않는 대신 경력도 끝이 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그가 서류상으론 출판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출근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친강은 외교부 대변인 재임 당시 미국을 향해 거친 언사를 자주 사용해 중국 '전랑(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으로 통했다. 시진핑 주석 3기 체제가 출범한 2022년 12월 왕이 외교부장 후임으로 발탁됐고, 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당시 5명뿐인 국무위원 자리까지 올랐다. 시 주석이 가장 총애하는 외교관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베트남·스리랑카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정부는 같은 해 7월 별다른 설명 없이 그를 외교부장직에서 해임했고 석 달 뒤 국무위원직까지 박탈했다.
그의 실각 배경을 둘러싸고 베이징 외교가 등에서는 방송사 아나운서와의 불륜설, 혼외자 출산설, 내연녀의 간첩 활동설이 난무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친강의 해임 이유로 홍콩의 TV 앵커 푸샤오톈(41)과의 불륜설을 들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뒤 그가 푸와 내연관계였으며 미국에서 혼외자를 출산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푸가 외국 정보기관에 비밀을 넘겼다는 소문이 있으나 입증되지 않았다.
세계지식출판사 측은 친 전 부장 근무 사실을 부인했다. 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 직원들도 "그가 여기서 일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친 전 부장의 출판사 근무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친강이 세계지식출판사로 좌천된 첫 번째 외교부 고위관리는 아니다. 지난 2005년 선궈팡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갑자기 경질당하면서 세계지식출판사 편집인으로 자리를 옮긴 선례가 있다. 1994년부터 98년까지 대변인을 역임한 선궈팡의 급작스러운 좌천 이유로 홍콩 여기자와의 불륜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선궈팡이 좌천당할 당시 외교부 대변인이었던 친강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상적인 일"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