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지구 곳곳에 다양한 이상기후를 불러오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커진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11일(현지시간) 예상했다.
WMO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말에 라니냐가 나타날 가능성이 60%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고, 라니냐는 그 반대를 뜻한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엘니뇨가 1년 만에 소멸한 이후 현재는 엘니뇨도 라니냐도 아닌 중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라니냐가 나타날 확률은 연말까지 증가한다고 WMO는 전했다.
시기별 라니냐 발생 확률은 올해 9∼11월 사이에 55%이고, 올해 10월에서 내년 2월 사이에는 60%까지 올라간다.
라니냐의 영향은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라니냐 시기에 유라시아와 북미 지역은 기온이 높고 서부 유럽과 호주는 기온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동남아시아와 호주, 남미 북부 지역의 강수량은 라니냐로 인해 많아지고, 미국 남동부 지역에선 반대로 적어지는 사례가 많다. 엘니뇨와 더불어 세계 곳곳에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기후 현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엘니뇨가 진행되던 지난해는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기상학자들은 엘니뇨를 온난화 가속 요인으로 꼽는다.
반면 라니냐는 지구 기온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평가가 많다.
WMO는 이런 일반적 관측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로 인해 잘 들어맞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라니냐 시기에도 지구 기온상승이 꺾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2020년부터 2023년 초까지 라니냐가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상황에서도 지구는 기록적으로 더웠다"며 "엘니뇨가 소멸한 작년 6월 이후에도 지표 및 해수면 온도는 지속해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울로 사무총장은 "단기적으로 라니냐로 인한 냉각이 발생하더라도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열을 가두는 효과로 인해 지구 온난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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