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소리 방송 뒤 말 바뀌어…불리한 카톡 190개 고의 삭제"
이중적 행보 부각도…'처벌 못하지만 몰카 공작 성격 있다' 판단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권희원 이도흔 기자 = 검찰은 2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가 청탁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것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에 더해 불리한 증거 고의 삭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측과 접촉한 정황 등을 볼 때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계획한 사건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날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모두 불기소 처분하면서 핵심 쟁점인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증거관계를 상세히 설명했다.
검찰은 우선 청탁을 목적으로 선물을 건넸다는 최 목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목사가 5월 13일과 31일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으면서 디올백과 샤넬 화장품 세트 등을 준 이유에 대해 진술을 바꿨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1차 조사에서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건넨 선물들에 대해 "순수한 마음에 준비한 선물"이란 취지로 진술했고, 김 여사와 만남 이후 작성한 복기록에도 같은 취지로 적었다.
하지만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와 최 목사 사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근거로 청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방송한 뒤 이뤄진 2차 조사에서는 돌연 입장을 바꿔 "청탁의 의미가 일부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후 최 목사는 자신의 첫 진술이 검사의 유도신문에 따른 것이란 주장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신문 조서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없다"는 진술이 기재돼 있을 뿐 아니라, 최 목사가 수사팀에 "조사 내용 중 대충 넘어간 것이 없다"고 발언한 점 등을 들어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제출한 증거가 고의로 삭제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2022년 1월∼2023년 9월 김 여사와 최 목사 사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2천여개를 확보했는데, 최 목사가 보낸 메시지 1천350여개 중 689개가 제출되지 않거나 삭제됐다는 것이다.
그중 서울의소리나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 김 여사의 미모를 칭찬하는 내용 등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공개되기를 꺼린 메시지 190개는 고의로 삭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최 목사가 복기록을 언론에 배포하면서 '개인적 관례에서 준 선물이지 뇌물이나 청탁의 용도가 아님을 밝힌다'라고 적은 부분을 지운 정황도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최 목사가 이중적 행보를 보였다고도 지적했다.
김 여사에게는 카카오톡으로 '서울의소리는 민주당 2중대', '제가 이명수 같은 사람인가요?', '그쪽은 백 대표가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 등의 발언을 하며 환심을 사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엔 이명수 기자를 찾아가 이른바 '7시간 녹취록'을 넘겨받고 화장품, 디올백, 몰래카메라 등 금전적 지원을 받아 김 여사를 만나러 갔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양주, 전기 램프를 준 이유에 대해 "폭발물이나 독극물이 들어있을 수 있는 액체류나 도청장치가 있을 수 있는 전기제품이 걸러지지 않고 김 여사에게 전달되는지 테스트한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김 여사에게 접근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몰래카메라 공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판례를 검토해 경호 공무원이 최 목사의 몰래카메라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고 보고 최 목사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다.
수사팀은 이날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이용해 45분간 김 여사 사건 처분 근거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상세한 설명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방불케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3차 수심위라는 각오로 소상히 설명해 드린단 생각으로 자세히 설명자료를 준비했다"며 "저희 결과에 대해 이해해 줬으면 좋겠고 이런 논란도 잘 매듭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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