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결론에 오히려 논란 확대…김여사 '도이치 의혹' 수사도 부담
법원 "김 여사 계좌, 작전에 동원"…검찰 '인식 없었다'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권희원 기자 = 검찰이 2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했지만, 법적 결론과 별도로 정치적·사회적 논란까지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상 처음으로 한 사건에 대해 두 번의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거쳤지만 엇갈린 결론이 나오면서 일부 기소 권고를 뒤집고 불기소 처분한 첫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검찰로서는 김 여사에 대해 제기된 다른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처분에도 여론의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 공정성 제고 위해 수심위 소집했지만…논란 계속 불가피
검찰의 이날 불기소 처분은 김 여사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를 수용하고, 최 목사 수심위의 기소 권고는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애초 수심위는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결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꺼내든 카드였다.
이 총장은 8월 23일 수사팀이 보고한 불기소 결론에 대해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공정성을 제고하고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직권으로 수심위 회부를 결정했다.
지난달 6일 열린 김 여사 수심위가 청탁금지법 위반 등 6가지 혐의를 모두 검토한 결과 14명 만장일치로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애초 소집 의도대로 수사팀 결론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가 별도로 낸 수심위 소집 신청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면서 검찰의 스텝도 꼬였다.
9월 24일 열린 최 목사 수심위에서는 갑론을박 끝에 15명 중 8명이 기소, 나머지 7명이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1표 차이로 기소 권고 결론이 나왔다.
사상 처음으로 한 사건에 대해 두 번의 수심위가 열린 데다, 두 수심위가 엇갈린 권고를 하면서 검찰은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더라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외통수에 몰렸다.
결국 검찰은 애초 수사팀의 결론대로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모두 불기소 처분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어떻게 처분해도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수사팀의 기존 논리를 허물기보다는 법리적 정합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역대 수심위 17건 중에서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사건은 총 5건이지만, 앞선 4건은 모두 불기소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한 사례였다.
기소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사례는 처음이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수심위 권고대로 최 목사를 기소해 선물과 대통령의 직무 간 관련성을 인정하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이 배우자의 금품 수수 신고 의무를 위반했는지까지도 따져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결정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기소를 강력히 촉구해온 최 목사 측이 처분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할 방침이라 법적 다툼도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7월 김 여사 대면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총장 패싱' 논란과 관련해 대검 감찰부가 진행 중인 진상 파악 결론에 따라 추가적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주가조작 '연루 없다' 무게…납득되는 결론이라 평가될지 미지수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라는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사건 처분도 남겨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공모하거나 방조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와 법리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2020년 4월 현 야권 인사들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해 2021년 10∼12월 주요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김 여사에 대해선 4년 넘게 처분을 미뤄왔다.
그사이 진행된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1·2심 법원은 김 여사 명의 계좌 3개가 공소시효가 남은 기간 시세 조종에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여사의 인식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특히 항소심에서 김 여사와 비슷한 '전주'로 지목된 손모 씨가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김 여사의 처분 방향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졌다.
주가 조작의 공범이 되려면 시세 조종이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역할을 분담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이보다 입증 강도가 약하다고 할 수 있는 방조범 역시 미필적으로나마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고의로' 그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만약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거나 주가 조작꾼들을 돕는다는 인식 없이 주식을 거래하거나 일임했다면 공모·방조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 조종을 인식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의 경우 주식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시세 조종을 인식하고 편승하려 한 정황이 각종 증거로 확인된다는 점에서 김 여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이런 시각에 따른 결론을 내놓았을 때 납득할 만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가 증권사 담당자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결과 등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녹취록 등이 공개됐다.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의 오랜 지인이자 초기 투자자라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인위적 '주가 관리'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수억원씩의 주식 거래를 했으리라고 예상할 수 없고, 따라서 더 적극적으로 인식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검찰 밖에서는 적지 않다.
'주가조작 컨트롤타워'인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종호 전 대표가 2020년 9월 말부터 한 달간 김 여사와 40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을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포착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검찰은 2차 주가 조작 주포인 김모씨가 2021년 10월께 "가장 우려한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공범에게 공동 대응 모색을 제안하는 편지도 입수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1차 주가조작 주포인 이모씨 측이 2010년 3월 김 여사에게 4천700만원을 송금한 내역 등도 김 여사에게 불리한 정황으로 꼽힌다.
다만 검찰은 이런 정황들이 김 여사의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hee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