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일변도 바이든·네타냐후, 정전 협상 접점 마련 주목
인질 석방 협상 진전되면 등돌린 민주 아랍계 지지층 회복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의 손에 사망하며 미국 정부에서는 살얼음판이던 중동 정세에 변화의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간) "신와르 피살은 중동 갈등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미국 당국자들은 그간 외교적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그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방문길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긴급 통화를 하고 향후 중동 갈등 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대책을 숙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인질 석방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도래했으며, 이 같은 목표를 위해 공조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그간 임박한 대선을 앞두고 레임덕 상태나 다름없는 미국 정부를 사실상 '패싱'하다시피 하고 중동에서 거침없는 확전 행보를 이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전 자제와 외교적 해법으로의 복귀를 여러 차례 압박해 왔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무시하며 두 우방은 최근 긴장 관계를 지속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휴전 협상을 압박하고 이란에 대한 미사일 보복 공격도 자제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며 "신와르가 사망한 상황에서 그의 주장은 한층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무부는 일단 신와르 사망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중동의 관계국들과 발 빠르게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카타르 국무총리와 잇달아 통화를 하고 중동 해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국무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양측은 갈등 종식과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을 배가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외교적 해법의 중요성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선을 19일 남겨놓고 중동 갈등이 또 한 번의 분기점을 맞으며 민주당이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 방문 도중 신와르 사망과 관련해 "가자지구에서 마침내 전쟁을 끝낼 기회가 왔다"며 "이스라엘이 안전해지고 인질은 석방되고 가자지구에서의 고통이 끝나고 팔레스타인 주민이 존엄성, 안전, 자유, 자결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와 전쟁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일관해 왔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평화 해법의 중요성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싣는 입장으로 전해지지만, 기본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진보 진영 및 중동계 일부가 이탈하며 박빙의 대선을 앞두고 아랍계가 집단으로 거주하는 경합주 미시간 등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게 사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경우 아랍계 유권자 비중이 높은 미시간과 같은 일부 경합주에서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민주당 내부에서 커져가는 상황"이라며 중동 정세가 진전될 경우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 중동계 이탈표 부담을 줄일 가능성을 주목했다.
물론 신와르 피살만으로 중동 긴장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정전 협상은 복잡한 외교적 문제인 만큼 여전히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마스와 협상에 진전을 본다 해도 이란과 직접적 충돌로까지 갈등이 확산한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이란과 그 대리그룹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며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이 수일 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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