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서 힐러리 이어 바이든도 고배 마신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

이번엔 낙태권·경제공약 등 공략…민주당 "조용한 한표" 기대감

역대 미국 대선에서 2연속 도널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던 백인 여성 표심이 이번엔 어디로 향할지 갈림길에 섰다.

대선을 닷새 남긴 현재까지도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세번째 충성표를 던질지 또는 이번만큼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눈을 돌릴지 막판 혼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3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인 여성 표심은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연거푸 민주당에 쓴맛을 남겼다.

2016년 대선에서 백인 여성의 47%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45%가 투표했다.

특히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시 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첫 여성 대선 후보였다는 점에서 이같은 표심은 민주당 진영에 뼈아픈 상처를 남겼다.

2020년에는 트럼프 쏠림이 더 심해져 백인 여성의 절반이 넘는 53%가 그에게 투표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46%를 얻는 데 그쳤다.

트럼프가 등판한 세번째 매치인 이번 대선에서는 백인 여성이 3연속 충성표를 던져줄지, 아니면 첫 흑인 여성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에게로 눈을 돌릴지 여부가 또다른 승부처로 꼽힌다.

특히 2022년 여성의 낙태권을 백지화해 미국을 발칵 뒤집은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첫 대선이라는 점에서 백인 여성 표심이 결정적으로 승패를 가를 '스윙보터'(swing voter)로 주목받고 있다.

백인 여성은 미국에서 최대 투표 인구 집단으로, 전체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데다 꾸준하게 높은 투표율을 기록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운명'이 흑인 여성에 이은 민주당의 두번째 충성 표밭인 흑인 남성이 아니라 오히려 백인 여성에 달렸다는 게 선거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현재 NYT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백인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약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NYT는 민주당 지지 논조를 이어왔으며, 이번에도 해리스를 공개 지지한 매체다.

백인 여성의 최우선 관심사는 경제와 인플레이션(29%)이 꼽혔고, 뒤를 이어 낙태권(24%), 이민(14%)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체로 다른 유권자층과 비슷하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 여성이 '같은 배를 탄' 백인 여성을 설득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NYT는 전했다.

7대 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의 뉴호프에서 백인 주택가를 돌며 해리스 지지를 호소해온 52세 백인 여성 리즈 미넬라도 그중 한명이다.

그는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한다"고 NYT에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의 생식권을 지키려는 젊은 백인 여성의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동시에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여성을 상대로도 경제 공약을 내세워 표밭을 다지고자 했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셀린다 레이크는 이들 여성 가운데 남편을 포함한 가족에게는 드러내지 않고 "침묵하는" 해리스 지지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