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전날 김영선 공천 부탁 문자 확보…검찰 수사 확대 관심
검찰이 '명태균 의혹' 사건 관련자들인 명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등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이번 수사가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진실 규명을 위해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청구한 명씨의 구속영장에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을 통해 김 전 의원으로부터 7천600여만원을 기부받았다"고 적시했다.
이어 "명씨는 스스로 국회의원과 같은 지위에서 정치활동까지 해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까지 취해 헌법이 규정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명씨가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 및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밀한 관계라고 주변에 과시하며 돈을 받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경북지역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의원 예비 후보자로 각각 출마한 A, B씨가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4천여만원을 건넨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전날 명씨와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치자금법상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누구든지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을 수 없다.
이들 중 한 명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내세운 명씨의 영향력을 믿고 명씨가 공천에 힘써줄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검찰은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의창) 국민의힘 공천 후보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이자 윤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중 한 명이 명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의원 경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고, 명씨는 같은 날 윤 대통령에게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2022년 5월 9일 통화 녹취록에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윤 대통령 음성이 담겼다.
명씨는 이후 이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윤 대통령 전화가 왔다"며 "김 전 의원을 전략 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지난 2월 명씨가 김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명씨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 메시지, 녹취록 등 분석과 피의자 소환 조사 등이 이어지면서 향수 수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실관계와 관련자 범위가 더 확대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검찰은 우선 명씨와 김 전 의원, 그리고 A, B씨 등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앞서 강씨는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고, 공천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씨 측은 "공천 개입은 없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한다.
명씨는 지난 9일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추천할 수 있고 대통령 부부도 사적인 대화가 있는 것이니 주변에 물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저는 어떤 공직이나 위치에 있어서 이를 망각하고 발언한 것이 아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고 의혹을 부인했다.
명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은 내용처럼 명씨가 공천을 내세워 돈을 받았다고 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하며 무리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명씨 변호인 법무법인 황앤씨 김소연 변호사는 "공천에 개입할 수 없는 민간인이 자신이 공천을 줬다고 말하면 공천을 준 것이 되느냐"며 "본인이 추천했고 결과(김 전 의원 공천)가 생겼으니 자기가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일 뿐 본인 생각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이어 "명씨는 공천을 운운하며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명씨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당시 공관위나 이준석 의원,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l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