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서 중국전략·대북협상 주도…사실상 2인자 역할
예상과 달리 2기 내각에서 배제…향후 美 대외정책 방향 시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난 지난 미국 대선 직후만 해도 '트럼프 2기' 내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1기 내각에서 사실상 2인자로 활약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외교전략을 이끈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한때 독자 출마를 하려다가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나서자 뜻을 접고 트럼프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는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임명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으로 국무장관에 발탁됐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공통된 정치적 비전을 공유하며 강경한 외교정책을 구사했다.
특히 패권경쟁을 벌이게 된 중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전략을 주도했으며 중동 평화 구축이나 동아시아 전략 추진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네차례나 북한을 직접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2차 정상회담을 끌어낸 장면은 한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돼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지난 2022년 7월12일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제시하는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상 시진핑이 그들(북한)을 움직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북한의 최고통치자를 상대로 직접 협상을 했지만 그 배후에는 중국이 있었으며 미국은 그런 중국을 겨냥한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중국이 글로벌 시장과 정치적 무대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화웨이나 틱톡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중국의 인권 문제침해와 홍콩 자유억압 문제도 적극 제기했다.
그런 폼페이오 전 장관이 '트럼프 2기' 내각에서 배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도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밝혀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재 구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폼페이오 전 장관은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의 '전격 배제'는 국제 외교가에서는 큰 뉴스로 다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주니어와 극우논객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가 폼페이오를 밀어냈을 것이라고 미국 주요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폼페이오의 내각 불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추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기치는 같은 방향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방식은 1기 행정부 때와는 달라질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