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협상 가능성에 일단 선 그어…"최강 국방력만이 안전·발전 담보"
무장장비 전시회 개막…ICBM·극초음속 미사일·무인기 등 전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거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결국 적대적 대북정책을 확신하게 됐다며 안보를 위한 최강의 국방력 확보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정책이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자신과 정상회담으로 친분을 쌓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후 다양하게 제기되는 북미 정상회담 및 협상 재개 관측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이 대북 압박을 위해 핵을 공유하는 군사동맹을 확대하고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다면서 "(한반도가 지금처럼) 가장 파괴적인 열핵전쟁으로 번져질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반 현실은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최강의 국방력, 이것만이 유일한 평화수호이고 공고한 안정과 발전의 담보임을 매일, 매 시각 절감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리 당과 정부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 국가의 안전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임을 다시금 분명히 한다"고 다짐했다.
비핵화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은 대북 적대정책을 먼저 폐기하라는 기존의 메시지를 반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현대전 양상에 맞춘 군사장비 혁신 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현대전의 새로운 양상과 날로 위험하게 변이되는 적수들의 전쟁수법들에 상응하게 자위력을 보다 공세적으로, 한계없이 진화시키면서 우리 군대를 기술적으로 현대화하고 위력한 수단들을 더 많이 장비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번 전시회에 "전략무기, 전술무기들을 기본으로 하여 우리 국방과학기술집단의 최신창조물이 집결"됐다고 소개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화성-19'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나' 극초음속활공체형미사일, 신형전술유도탄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화살-2' 등 전략순항미사일, 240mm 갱신형 방사포, 600mm 초대형방사포 등이 전시됐다.
또 정찰위성을 우주에 올린 발사체 '천리마-1형' , 대전차 무기 '불새', '샛별-9' 다목적무인공격기, 자폭공격형 무인기 등도 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공미사일과 일부 무인기는 기존 성능시험이나 열병식에 등장한 기종과 형상이 다르다"며 "후속 기종이나 신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방사포 등 일부 무기는 러시아에 공급을 염두에 두고 전시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춘룡 당중앙위 비서, 김정식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전일호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총장, 김용환 국방과학원장, 고병현 제2위원회 위원장 등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 기념행사로 공군비행대 시위비행이 펼쳐졌으며, 이어 저녁에는 기념 음악회도 열렸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