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더 큰 배꼽 초과수수료, 이제 그만"
CFPB, 수수료 규제안 내년 10월 시행
자산 100억달러 이상 대형은행 대상
은행권 반발과 연방의회 통과 불투명
뱅크오브호프, 적용 대상에 포함될듯
연방정부가 은행들이 잔고보다 많은 금액을 결제할 때 부과하는 초과수수료(overdraft fee)를 최고 5달러로 제한하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이번 규정안을 놓고 은행권의 반발이 거센 데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연방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해 규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12일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은행의 초과인출 수수료를 규제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규정안은 자산규모가 100억달러 이상 대형은행과 신용조합에게 적용되며, 오는 2025년 10월1일부터 시행된다. CFPB는 이번 규정안이 의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현행 초과수수료로 35달러를 내고 있는 소비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어 연간 최대 50억달러, 가구당 225달러의 수수료 절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수수료 규정안에 따르면 은행과 신용조합이 초과인출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초과인출수수료를 일률적으로 5달러로 제한하는 것이다. 5달러 이상의 초과수수료를 부과하려면 초과인출에 대한 비용과 손실을 기준으로 책정해서 부과하는 방법과 대출 상품처럼 일정 수수료를 책정해 부과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소비자에게 상세한 책정 기준과 선택권을 제시해야 하고 명세서를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은행과 신용조합으로선 부담이자 규제를 더 받을 수 있다.
로히트 초프라 CFPB 국장은 "너무 오랜 기간 대형은행들이 법적인 허점을 악용해 미국인들의 예금 계좌에서 수십억달러를 인출해 왔다"며 "이번 규정으로 과도한 정크 수수료를 단속하고, 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가 이처럼 법으로 초과수수료 제한에 나서는 데는 은행과 신용조합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CFPB에 따르면 대형은행들이 초과수수료로 매년 벌어들이는 수입이 약 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조 바이든 대통령는 35달러까지 부과하는 초과수수료를 착취하고 언급하면서 은행들이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초과수수료 규제안의 앞날은 험난해 보인다.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소송으로 대응에 나설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연방의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산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연방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60일 동안의 규정안 최종 심의 과정에서 부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인 은행 중에서 이번 초과수수료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은행은 뱅크오브호프 한 곳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뱅크오브호프의 초과수수료는 33달러로 이번 규제안이 통과되면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
남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