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한테나 안 파는 부와 특권의 상징
1만1천400불이 곧바로 2만3000불로
부유층, 매장 직원 환심사려 선물 공세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유명 가방인 버킨백을 둘러싼 일반적이지 않은 경제 법칙이 고객과 매장 직원 간의 일반적인 권력관계를 뒤집어 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보도했다.
기다리는 것을 좀처럼 인내하지 못하는 부유층 쇼핑객들도 에르메스 매장에서만큼은 오랜 기간 대기하는 것을 감내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킨백의 기본모델인 검은색 '버킨 25' 백의 매장 가격은 세전 1만1400달러지만, 구매자는 이 백을 구입하자마자 곧바로 2배가 넘는 2만3000 달러에 리셀러 업체에 넘길 수 있다. 프리베포터 등 주요 리셀러 업체는 가방을 매입하자마자 거의 곧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라스베이거스의 팝업 매장을 통해 3만2천 달러에 판매한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희소한 버킨백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부유층이 워낙 많은 탓에 돈 많은 쇼핑객이라 할지라도 매장에서 버킨백을 손에 넣기란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버킨백을 구매하려는 고객은 먼저 매장의 판매 직원과 좋은 관계를 쌓아야 한다. 수많은 대기자 명단 중 누구에게 버킨백을 판매할지를 일차적으로 담당 점원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르메스 매장에서 상대에게 먼저 깍듯한 인사를 건네는 것은 직원이 아닌 구매자이며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갑부 고객이 직원과 친해지기 위해 집에서 직접 구운 쿠키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부 고객은 버킨백을 손에 넣기 위해 값비싼 비욘세 콘서트 티켓이나 호화 여행 상품권을 주거나 아예 현금 봉투를 건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점원과 좋은 관계를 쌓은 뒤에는 에르메스 매장에서 구매 이력을 쌓아야 한다.
실크 스카프, 시계 등 버킨백이 아닌 다른 에르메스 제품에 큰돈을 지출해야 비로소 버킨백을 구매할 '자격'을 갖췄다고 직원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 구매자는 8만7천500달러짜리 에르메스 카누를 산 뒤 버킨백 희귀 모델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소비자 2명은 지난 3월 에르메스의 이 같은 판매 방식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며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판매가 이뤄지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버킨백이 프랑스 본사에서 개별 매장에 도착하면 매니저는 개별 판매 직원에게 가방을 배정하고, 각 직원은 저마다 관리하는 대기고객 명단 중 '구매 자격'을 갖춘 고객을 선별해 매니저의 판매 승인을 받는다.
구매자는 한 해 버킨백을 2개까지만 살 수 있는데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 에르메스 점포의 한 직원은 한 고객에게 그보다 많은 버킨백을 판매했다가 해고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버킨백을 원하는 이유는 높은 가격과 희소성 탓에 특권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버킨백을 들고 있는 장면의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도한 이목 끌기로 미국 대중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의 경우 다양한 버킨백을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