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역대 최다 여행자 수 기록했지만
연 소득 7만5000불 미만 "올 휴가 계획 없다"
부유층은 값 껑충 호텔 방 묻지도 않고 결제
독립기념일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대부분 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경제 양극화가 휴가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수년째 벌어지고 있지만 특히 이번 여름 휴가철에 그 양극화가 뚜렷하게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이어지는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미국 전역에서 7090만명 이상이 여행길에 나선 것으로 추산됐다. 역대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 최다 여행자 수를 기록한 2019년보다 4% 많은 수치다.
하지만 여행객 대부분이 고소득층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신문은 "부유한 소비자들은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더 부유해졌다"며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에도 고소득층에겐 '더 많은 선택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피할 '선택의 여지' 조차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일자리 지표가 개선되고 하층 계급 노동자들의 근로소득도 늘고 있다고 하지만 저소득층을 맴도는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며 "신용카드 연체액이 증가하고 있고, 집안 경제 사정에 자신이 없다고 호소하는 저소득층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6.36%로 1년 전보다 2.3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18∼29세 청년층의 카드 연체율이 9.65%로 가장 높았고, 30대의 연체율도 8.73%로 높았다.
지난 5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여행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연간 가구 소득 7만5000달러 미만인 가구는 올해 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항 직원으로 쓰레기 트럭을 모는 40대 여성 라선다 바버에게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이다. 매일 비행기를 보며 일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진 못한다. 그의 시급은 일을 처음 시작한 5년 전보다 1달러 올랐다. 물가 상승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 그는 "마지막 가족 휴가를 다녀온 것도 몇 년 전 일"이라며 "올해 휴가 계획은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반면 오리건주에 있는 5성급 호텔 앨리슨 인 앤 스파는 객실 가격이 1박에 645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이번 연휴에 매진됐다. 객실 책임자 파커 헤스는 "역대 가장 비싼 객실가임에도 호텔은 호황"이라며 "대부분은 가격이 얼마인지 묻지도 않고 결제한다"고 전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5월 발표한 경기평가보고서 베이지북은 "가처분 소득이 많은 부유층이 미국 내 여행 수요를 이끄는 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경우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 여행 수요가 후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