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장관은 사과하고 공개토론에 임하라', '문화체육계 최초 블랙리스트 작성자 누구인지 재조사하라.'
4일 대한체육회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파크텔 앞엔 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등 다수 관계자가 집결, 이런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어올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예상대로 총회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 갈등을 빚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저격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유 장관이 체육회를 '패싱', 지방체육회에 예산을 직접 교부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체육회가 수천억 예산을 마음대로 쓴다는 건 정말 잘못된 얘기"라며 "문체부와 모든 것을 협의하고 승인받아서 사용한다. 또 문체부의 수시감사, 정기감사, 특별감사 등을 받지 않느냐. 그냥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체부의 예산 직접 집행은 체육회를 거치게 하는 국민체육진흥법에 어긋나는 것이며 직권 남용이라고도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직권남용에 대해 대법원이 판시했다. 어떤 일을 관철하기 위해 지속해서 압박하는 것이었다"며 "국정농단 세력이 부활했다고 생각한다. 최초로 문화,예술,체육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 파리올림픽을 다녀온 뒤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회장은 유인촌 장관에게 "체육 정책과 관련해 국회에서든, 방송에서든 공개 토론을 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최근 이사회에서 의결한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를 중심으로 한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정관상으로는 체육회장을 포함해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정관이 바뀌면 회원종목단체와 시도, 시군구체육회 정관도 바뀌면서 체육단체장 임기 제한이 사라진다. 문체부 승인이 남아 있는데 유인촌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기흥 회장이 8년동안 마음대로 했다"며 거절 의사를 확고히했다. 이 회장은 "내가 3선하려고 바꾼다는데 그런 거 없다. 대한체육회장만 제외시키고 나머지는 다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시도, 시군구 회장은 다 자기 돈내고 봉사하는 사람이다. 지방 체육 근간을 유지하는 분들인데 다 몰아내면 누가 하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을 향한 일부 대의원의 소신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한 대의원은 "연임 제한 폐지를 꼭 (회장직을 수행할) 사람이 없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냐. 권력의 사유화처럼 비쳐서 못 나온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또다른 대의원은 문체부와 지속해서 갈등을 빚는 것을 비판하며 "엄밀하게 따지면 체육회가 문체부 위에 있는 단체가 아니기에 회장께서 정치력을 발휘해서 원만하게 풀었으면 한다. 언론에 터뜨려서 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