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구 자산의 70% '114조 달러' 지닌 베이비부머
미 도시 성장률 1위는 텍사스 실버타운
소비력 갖춘 베이비부머 수천명 이주
"양육비로 쓰던 돈 이제 우리를 위해"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들이 쓰는 돈이 미국 경제의 주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가계 자산의 약 70%는 55세 이상의 장년·고령층이 보유하고 있다. 114조 달러에 달하는 돈이다. 이는 1989년 50% 미만에서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4년 전에는 84조 달러로 조사됐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55세 이상이 미국 개인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5%로, 30년 전 29%에 비해 16%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은 수십년간 주식과 저축, 부동산 등의 자산을 축적했고 앞서 자녀 양육비로 쓰던 돈을 이제는 골프와 콘서트, 브런치 등을 즐기고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데 쓰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는 아이러니하게도 한참 일할 젊은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 은퇴를 한 베이비부머들이 많이 찾는 실버타운이다.
2023년 기준 미국 도시 성장률 1위는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에 있는 조지타운으로 10.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구통계조사국(USCB)에 따르면 인구 5만명 이상의 미국 도시 중 조지타운의 인구 증가율이 2021년 11%, 2022년 14%, 2023년 11%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조지타운 내 실버타운인 선시티 텍사스(Sun City Texas)에는 5421에이커의 부지에 단독주택과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이 모여있는데 조지타운 인구 총 9만6000명 중 1만7000명이 이곳에 살고 있다. 단독주택 구매자의 평균연령은 73세로, 경제력이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다.
이들이 선시티에 정착하면서 조지타운의 소비가 크게 증가했고, 상점과 식당, 병원 및 진료소 등 매년 수백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착 자체가 조지타운의 경제부양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선시티의 주택 중간 가격은 약 49만5000달러로 2019년 35만8000달러에서 급등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선시티 주택의 현금 구매율은 약 55%로 2019년 40%에서 훨씬 높아졌는데, 선시티 주민의 현금 동원력을 보여준다.
선시티 주민의 가구 소득 중간값은 연 8만4000달러로 전국 중간값 7만5000달러보다 그렇게 높지 않지만,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주택 등 대출금이 없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조쉬 슈뢰더 조지타운 시장은 신문에 "시민들은 평균 300만달러의 저축이 있으며, 대학생 같지만 수업은 안 듣는다"며 도시 전체를 '육지의 크루즈선'에 비유했다.
뉴욕에서 살던 오타비오 아레나(72) 부부는 지난해 선시티로 이주해 이곳에서 열리는 연례 콘서트에서 49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했다. 이들은 비치보이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우리는 아직 죽지 않았고 딸보다 재미있게 산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