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OC 집값 주민 수입의 10배, 전국 4위
남가주 집값, 고금리에 매물 부족이 견인
2020년에 비해 45%, 2010년 보다 183% 급등
코어로직, 올해 전국 집값 5.7% 상승 전망
"이제 LA를 떠나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민 15년차인 한인 송모씨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LA 집값에 박탈감을 느껴 내 집 마련을 위해 타지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송씨는 LA에 정착했던 당시에 집을 사두지 못한 것을 두고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그는 "이민 왔을 때 금융 위기 여파로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시기였다"면서 "그때 조금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두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이 가슴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송씨는 LA 집값이 이제 송씨의 재정 능력으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올라 집을 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송씨는 "열심히 일 해 아무리 벌고 벌어도 LA 집갑을 충당할 수 없어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며 "이제 내게 LA서 집사는 일은 접어둔 상태"라며 씁쓸해했다.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남가주 주택 가격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던 '내 집 마련의 꿈'을 꺾고 있다. 남가주의 주택 가격은 4년 전에 비해 45%나 급등했다. 특히 LA와 오렌지카운티(OC)의 집값은 지역 주민들의 수입보다 10배나 비싸 LA에서 집 사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하버드대학교 주택공동연구센터(JCHS)가 지난 6월 말에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LA와 OC 지역의 주택 가격은 지역 주민의 중간 연 소득에 비해 10배나 높은 수준으로 전국 385개 대도시 중 4번째로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연구 보고서는 기존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지난해 판매 중간 가격을 조사해 지역 주민의 연 소득 중간값을 비교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LA와 OC 이외에도 남가주 지역의 주택 가격은 전국 도시 중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인랜드 엠파이어 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은 지역의 연 소득에 비해 6배나 높았고, 샌디에고 카운티의 집값은 지역 연 소득의 9배나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택 가격은 전 국민의 연 소득에 비해 5배 정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LA를 비롯한 남가주 주택 가격은 미국 내에서도 '초 상위' 수준이다.
LA와 OC를 비롯한 남가주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 곡선은 타 지역에 비해서도 가팔랐다. 남가주 지역의 판매 중간 가격은 지난 2020에 비해 45%나 올랐고, 14년 전인 2010년에 비해 무려 183%나 크게 오른 상태다.
남가주 지역의 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의 5월 주택 판매 동향 보고서를 보면 LA 지역 기존 주택의 판매 중간 가격은 81만1610달러로 전년 대비 9% 상승했고, OC의 경우 142만250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3.2%나 치솟았다. 남가주 지역 주택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10%나 오른 88만달러를 기록했다.
고금리에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물량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더욱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치만을 놓고 보면 웬만한 월급쟁이의 연봉으론 LA와 OC에서 주택 구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 되어 버렸다.
주택 가격의 고공행진은 주택 구매자 뿐 아니라 아파트 세입자들에게도 고통이다. 남가주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의 56%가 렌트비 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중 3분의 1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렌트비에 사용하고 있다고 JCHS 보고서는 지적했다.
문제는 주택 가격의 하락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코어로직은 올해 미국 내 주택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5.7%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