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를 둔 대한축구협회가 전방위 폭격을 당하고 있다.
협회는 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SNS 출연 영상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활동과 감독선임 과정을 자의적인 시각으로 왜곡한바, 이것이 언론과 대중에게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는바”라는 입장과 함께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 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필요한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주호는 8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캡틴 파추호’를 통해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점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홍명보 감독 선임에 관해 “정말 몰랐다”라며 “결국 결정은 협회에서 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앞으로 필요가 없다. 5개월간 무엇을 했나 싶다. 허무하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회의 시작 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느냐’는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다”라며 “내게 ‘주호야 넌 지도자를 안 해봤잖아’라고 말한 위원도 있다”라는 내부 공기도 전했다.
협회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은 내부 기밀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약서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문제 삼는 내용이다. 박주호가 위원회에서 일어난 소상한 일을 입 밖으로 꺼낸 게 서약을 위반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협회 입장에서는 박주호의 발언에 불편함을 느낄 만하다. 각자의 입장이 다른 만큼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을 주장했던 박주호의 의견이 100% 맞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협회가 지난 5개월만 허술한 보완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점이다. 협회가 정해성 위원장 체제에서 새 감독을 찾는 동안 위원회 내부 이야기는 다양한 각도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다. 감독 후보가 알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위원회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가 나오기도 했다. 박주호 역시 이 부문에 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내부 이야기를 꺼내 협회를 비판하는 박주호보다 감독 후보를 외부로 알리는 일부 위원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협상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박주호에게만 엄격하게 대하는 협회의 이중적 태도는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협회의 한 내부 관계자는 “협회 안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도 낯 뜨거워 고개를 못 들 지경”이라면서 “대응할 게 없어 저런 내용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나. 위원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외부로 나갈 때는 가만히 있더니 참 황당하다. 협회 구성원으로서 부끄럽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협회는 온라인상에서 융단 폭격을 당하고 있다. 협회 SNS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는다. 오히려 박주호가 올린 영상이 200만 뷰를 돌파할 정도로 뜨거운 지지를 받는다. 협회가 박주호를 한국 축구의 ‘열사’로 만든 형국이다.
협회의 무리수는 현재 조직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협회에 몸담았던 한 고위 관계자는 “협회는 상상 이상으로 한심한 조직이 됐다. 수뇌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무능력하고 무책임하다. 박주호 사건은 협회가 얼마나 전략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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