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전력수요 증가에 가속화법 제정

1979년 사상 최악 사고후
30여년간 원전 건설 못해

친환경 정책을 추진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원전 확대에 속도를 낸다.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로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중국의 '원전 굴기'로부터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원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9일 톰 카퍼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 위원장은 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원전 배치 가속화 법안(ADVANCE Act)'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의 목표는 수십 년간 침체를 겪은 미국 원전 산업의 부활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승인 및 건설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정 지원 및 세금 혜택을 마련해 신규 원자로의 배치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제조업 관련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거의 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으로 눈을 돌렸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올 5월 조지아주 웨인즈버러에 있는 보글 원전 4호기를 찾은 자리에서 미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 설비용량을 최소한 세 배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미국에서 짓고 있는 원전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94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지만 원전 산업 자체가 수십 년간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1979년 미국 원전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불리는 스리마일섬 사고로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안전 요건을 강화했다. 이를 지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탓에 전력 회사들이 준공 직전의 원전 건설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 30여 년간 단 한 기의 원전 건설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2012년 조지아주 보글 원자력발전소 3·4호기 신규 설치가 승인됐지만 이 역시 건설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두 원전은 2017년 프로젝트가 끝날 예정이었지만 투자자 파산,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지난해와 올해가 돼서야 가동을 시작했다. 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수십억 달러가 초과 지출됐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전을 보유한 중국은 미국이 주춤한 사이를 틈타 맹추격 중이다. 중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56기로, 여기에 25기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공사 완료 시 총 91기로 미국과의 격차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