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 300만달러 규모의 맥아더공원 재개발 추진
윌셔길 폐쇄해 녹지 공간의 대공원으로 새 단장
주민들, "마약 사용과 노숙자 문제 해결부터 해야"
LA 한인타운을 관통하면서 다운타운과 서부 해안지역을 잇는 윌셔 블러바드가 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윌셔 블러바드로 인해 둘로 나뉘어진 맥아더공원을 하나로 연결하는 내용이 포함된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계획이 추진되면서부터다. 이를 놓고 LA를 대표하는 대로이면서 한인타운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경제 대동맥'이란 윌셔 블러바드의 상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캐런 배스 LA시장과 유니세스 헤르난데스 LA시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연방정부 예산이 주를 이룬 250만달러의 기금을 들여 맥아더공원 리노베이션 계획을 공개했다.
'맥아더공원 재연결'(Reconnecting MacArthur Park)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이번 리노베이션 계획의 핵심은 맥아더공원을 보행자 중심의 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데 있다. 추가로 300만달러의 LA시 예산을 투입해 '휴식 센터'를 만들어 홈리스를 대상으로 마약 해독과 치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홈리스와 마약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는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윌셔 블러바드의 폐쇄가 불가피하다. 현재 양쪽으로 나뉜 맥아더공원을 연결해 대규모 광장 공원으로 재단장한다는 계획은 공원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윌셔 블러바드의 구간을 폐쇄해 차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LA시는 다음달부터 0.5마일도 채 되지 않는 윌셔 블러바드의 폐쇄에 따른 교통 및 환경 영향 평가를 비롯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이후 실제로 일정 기간 윌셔 블러바드를 폐쇄하는 시범 운용 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유니세스 헤르난데스 LA시의원은 "이번 프로젝트는 사람과 보행자가 우선인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결국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커뮤니티에 더 크고 더 좋은 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A시 당국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맥아더공원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윌셔 블러바드의 폐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LA타임스는 주민의 말을 인용해 "LA의 주요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윌셔 블러바드를 끊어 버리는 일은 매우 무모한 시도"라고 평가 절하했다. 맥아더공원이 주민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은 양쪽으로 나뉜 데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마약 사용 문제와 근절되지 않는 노숙자에 있다는 것이다. 맥아더공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한인은 "공원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면서 재미를 느끼고 싶지만 홈리스도 많고 여기저기서 마약하는 모습도 많아 위험해서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윌셔 블러바드가 갖고 있는 상징성마저 훼손하는 것도 불필요한 손실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지난 1934년 10번 프리웨이가 건설되면서 다운타운과 서부해안지역을 연결하는 윌셔 블러바드는 한인타운을 관통하면서 인적, 물적 자원을 실어나르는 '경제 대동맥'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인 경제의 번영을 도도모해 온 윌셔 블러바드는 한인들에도 특별한 도로로 각인되어 있다. 윌셔길에서 소매업을 하고 있는 한 한인 업주는 "한국의 백두대간 정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윌셔길은 한인 커뮤니티의 발전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짧은 구간이지만 윌셔길을 끊는다는 계획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