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광주전이 '고별전', 다음날 선수단에 작별 인사
팬들 '피노키홍' 등 거센 비난-야유… 고민 끝에 결정
어수선함 속 13일 서울전은 이경수 감독대행이 지휘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울산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 홈경기 다음 날인 11일 회복훈련을 마치고 선수, 코치진과 작별인사했다. 이경수 수석코치가 13일 FC서울과 홈경기에서 감독 대행 구실을 한다.
울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는 이날 "홍 감독이 선수, 코치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애초 서울전까지 지휘봉을 잡으려고 했으나 광주전에 나온 팬들의 거센 야유 등이 선수단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여긴 것 같다"며 "구단 관계자와 논의 끝에 광주전을 마지막으로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 구단은 본지 온라인 보도가 나간 뒤 4시간여 지난 오후 4시15분 보도자료로 '홍 감독과 상호 계약을 해지하고 이경수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광주전은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대한축구협회(KFA) 발표 뒤 처음 열린 울산 공식전이다. 킥오프 15분여를 남겨두고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 쪽에서 "홍명보 나가!"라는 거센 구호가 쏟아졌다.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다가 최근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의 제안을 받은 뒤 수락한 것에 팬은 일종의 '배신감'을 표현했다.
'처용전사'는 시즌 중 떠나는 홍 감독을 향해 '피노키홍',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거짓말쟁이 런명보' 등 비난 현수막을 내걸며 야유를 보냈다. 홍 감독은 애초 서포터즈 쪽으로 걸어가 인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더 거센 비난 속에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울산에 17년 만의 우승컵, 그리고 지난해 구단의 사상 첫 2연패를 안긴 홍 감독으로서는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섭섭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경기 중 선수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는지 기술지역으로 나와 지휘하지 않았다. 이경수, 조광수 코치가 도맡았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서포터스 쪽에서 인사를 할 때도 홍 감독은 뒤에 서 있었다. 그를 향해 또다시 야유가 나왔다.
애초 울산 구단은 서울전을 홍 감독 고별전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 스스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광주전까지 지휘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울산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광주에 0-1로 졌다.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승점 39)은 포항 스틸러스(승점 41), 김천 상무(승점 40)에 밀려 3위로 밀려났다.
홍 감독은 더는 지휘봉을 잡지 않는 게 울산에 도움이 되리라고 여겼다. '불편한 동거'가 된 것에 마침표를 찍고자 한 것이다. 구단도 뜻을 받아들였다.
울산 |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