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전날 사격 연습…당일까지 이틀간 '총기 애호' 티셔츠 착용

당일 아침에 총알·사다리 등 범행도구 추정물품 구매

휴대폰 압수, 데이터 접근…"원격 기폭장치 소지, 범행 중 시선 돌리려 준비한 듯"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한 총격범의 범행 직전 행적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총기 애호가라는 점,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됐을 정황 등이 드러나지만 동기를 추정할 단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는 범행 전날인 12일 집 근처 사격장을 찾아 아버지와 함께 사격 연습을 했다.

총격범은 범행 당일 아침에는 동네 매장에서 각각 탄약 50발과 사다리 등 범행에 쓰인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을 구매했다.

그러고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 있는 유세장 근처로 자신의 차량인 현대 쏘나타를 몰고 갔다.

그는 유세장 밖에 주차해둔 트렁크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하고 원격 기폭장치는 자신이 지니고 있었다.

수사기관이 이같이 파악한 크룩스의 범행 전 48시간 행적에는 암살 시도가 치밀하게 계획됐을 수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

크룩스가 연습을 한 사격장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집에서 차로 25분 거리인 '클레어턴 스포츠맨 클럽'이었다.

그와 아버지는 이 클럽 회원으로, 이곳은 약 183m 규모의 소총 사격 연습장을 갖추고 있다.

크룩스가 범행을 위해 자리를 잡은 지붕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 있던 연단의 거리는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다음날인 범행 당일 아침에는 인근 공구 매장인 '홈 디포'(Home Depot)와 총기점에 가서 각각 사다리와 총알을 샀다.

수사기관은 크룩스가 원격으로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며 총격하면서 주의를 분산시킬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크룩스가 차에서 발견된 폭발 장치를 어떻게 조립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의 48시간 행적에서 근본적인 범행 동기를 구체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크룩스는 범행 때까지 이틀 동안 미국에서 유명한 '총기 리뷰' 유튜버의 공식 티셔츠를 입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당 티셔츠가 유튜브 채널 '데몰리션 랜치'(Demolition Ranch)에서 공식 판매하는 물품으로 확인됐다.

크룩스는 범행 전날 탄약을 사는 매장에서도 이 유튜브 채널의 티셔츠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크룩스가 최소한 총기 애호가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정황으로 주목된다.

유튜브 채널 '데몰리션 랜치'는 수의사이자 다양한 총기 리뷰 영상을 게시해온 맷 캐리커가 운영한다.

구독자가 1천100만 명에 달하는 이 채널은 한국에서도 '파괴 농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캐리커는 15일 게시한 영상에서 크룩스의 티셔츠가 자신의 회사에서 판매하는 30달러짜리 티셔츠 중 하나라고 확인했다.

그는 전세계로 판매되는 경로에서 모든 구매자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캐리커는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라면서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방수사국(FBI)은 크룩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데이터 접근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다만 FBI가 확보한 데이터 가운데 총격범의 범행 동기를 파악할 만한 증거를 찾아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 사법 당국자가 전했다.

FBI는 또한 총격범의 차량과 거주지를 전면 수색했으며, 참고인, 목격자, 사법 당국 관계자 등 거의 100명을 심문하는 한편 사진과 영상을 포함해 미디어 자료 수백건을 확보했다고 덧붙엿다.

주변인 사이에서도 크룩스가 평소 어떤 성향이었는지 딱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크룩스 모교인 베설파크 고교의 지도교사였던 짐 냅은 "그는 혼자 있고 싶어했다"면서 점심 시간에 식당에서 혼자 앉아 핸드폰을 보고는 했다고 15일 NYT에 말했다.

반 친구들 또한 크룩스를 똑똑하지만 혼자 있기를 좋아했으며, 복도에서도 고개를 숙인 채 걸어다니고, 수업 시간에 손을 거의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크룩스가 폭력적으로 행동하거나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고 이들은 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 그를 알았다던 줄리아니 그룸스는 "그는 좋게든, 나쁘게든 주목을 받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