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절차적 공정성 논란
정부 조사 방침과 '독립적 운영' 규정 배치
행정개입 따른 징계시 대회 개최 박탈 우려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을 두고 여론의 질타를 받은 대한축구협회(KFA)에 기습적으로 칼을 꺼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어떠한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 각국 축구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중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과 맞물려 축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16일 KFA의 운영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최근 절차적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서 "그간 KFA의 자율성을 존중해 언론에 기사가 나와도 지켜봤지만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며 "협회 운영과 관련해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하자는 없는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FA가 올해부터 정부 유관기관에 포함된 만큼 일반 감사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졌다. 실제 KFA는 유관기관과 관련한 카테고리 중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으로 분류돼 등록된 상태다.
KFA는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을 비롯해 정몽규 회장 3선 체제에서 장기간 행정 논란을 일으킨 터라 문체부의 직접 조사를 반기는 축구인이 많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 선임 등 기술파트까지 문체부가 관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FIFA가 각국 산하 협회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간섭을 매우 민감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FIFA 정관 14조 1항에도 '각국 협회가 업무를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제3자로부터 과도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관 위반에 따른 징계 사례도 존재한다. 과거 나이지리아, 인도, 이라크 등 주요 국가 협회가 정부의 행정 개입으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자격 정지 지계를 받으면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 출전 자격이 박탈된다. 이런 상황에 문체부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윗선부터 직접 조사를 공표한 만큼 KFA에 대한 실무자의 감사 작업은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범위까지 조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KFA에 전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규정 위배와 관련한 조사 내용은 FIFA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문체부와 조사 방침을 성실하게 따르겠다는 KFA의 눈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