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올림픽인 도쿄 대회서 초반 탈락
간절함 속 일군 파리행, '金' 정조준
두 번의 좌절은 없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첫 오륜기 앞 링에 올랐지만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극적으로 다시 한 번 올림픽 기회를 잡았다. 한국 여자 복싱 간판스타 오연지(34·울산시체육회)와 임애지(25·화순군청)가 파리에서 '금빛 펀치'를 날린다.
올림픽을 향한 '간절함'이 닿았을까. 두 선수 모두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극적으로 획득했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복싱 2차 세계예선 60㎏급 준결승에서 오연지는 비타넨 빌마(핀란드)를 5-0 판정승으로 꺾고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임애지 역시 대회 54㎏급에서 제이납 라히모바(아제르바이잔)를 제압하고 오연지에 이어 한국 복싱 두 번째 출전권을 얻었다. 앞서 올림픽 쿼터 확보에 실패한 한국 복싱은 오연지와 임애지의 파리행으로 자존심을 세우게 됐다.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도쿄올림픽에서 두 선수 모두 제 기량을 못 보여준 채 첫 경기 '탈락'이란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 후회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오연지와 임애지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파리에서는 시상대를 바라본다.
특히 오연지에게는 파리올림픽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오연지는 국내에 적수 없는 '1인자'로 군림해왔다. 지난 201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또 2017년 대회까지 2연패에 성공했고, 2022년에는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복싱의 유일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기도 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더 아물고 단단해졌다.
오연지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무대를 뛰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어쩌면 파리올림픽이 내게 마지막 메이저대회 도전일 수 있기 때문에 첫 (도쿄)올림픽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의 강점은 빠른 스텝을 활용한 수 싸움이다. 또 다른 무기 스트레이트 공격도 벼리는 중이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라스트댄스'의 의미로 올림픽을 후회없이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다.
선배 오연지와 함께 '젊은 피' 임애지가 파리올림픽 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도쿄 대회 첫 경험을 토대로 성장을 거듭했다. 메달 획득 자신감도 넘친다. 빠른 스텝과 사우스포(왼손잡이) 복서 강점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한다. 한국 복싱 대표팀 김호상 감독은 "임애지는 스텝이 정말 좋다. 초반 대진이 잘 풀린다면 다음부터는 문제없다.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 복싱은 그야말로 암흑기를 겪고 있다. 올림픽 메달은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순철(현 복싱 대표팀 코치)이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 마지막이다. 난세에 영웅 탄생이 절실한 때다. 오연지와 임애지어깨가 무겁다. 이번 파리 대회에서 두 선수가 '금빛 펀치'로 '한국 복싱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