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비 연 인상률 5% 이내로 제한
위반 건물주에 대해 세제 혜택 박탈
공화당 중심으로 반대 커 통과 불투명
조 바이든 대통령이 렌트비 인상을 5%로 제한하는 '렌트비 상한제' 도입을 추진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렌트비 부담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유권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연방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렌트비 상한제의 연방의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렌트비 상한제의 핵심은 렌트비를 5% 이상 올리는 건물주에 대해서 세금 공제 혜택을 박탈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미국의 유권자들이 팬데믹 이후 치솟은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임대료 부담 경감 대책을 마련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렌트비를 5% 이상 올리는 건물주에 대해서는 세금 공제 혜택을 박탈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아파트와 콘도 소유 기업을 포함해 임대하고 있는 주택이 50채 이상인 경우에 임대료 상한제를 시행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현재 미국에서 렌트 세입자의 절반가량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끝난 후 기자 회견에서 렌트비 상한제 계획을 암시했다. 앞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렌트비 상한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렌트비 상한제가 대두된 데는 미국의 주거비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이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1% 내려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을 기록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쳤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가장 작은 상승폭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늦추는 데 주거비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주택 소유자들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CBS 뉴스는 최근 주거비가 소득의 30% 이상이면 하우스 푸어에 해당하고, 50% 이상은 심각한 하우스 푸어라고 지적했다. CBS는 미국에서 하우스 푸어가 약 1830만 명에 이르고, 이는 전체 주택 소유자의 22%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하우스 푸어 중 40%가량이 월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하는 심각한 하우스 푸어라고 이 방송이 전했다.
바이든의 렌트비 상한제 추진의 성공 여부는 연방의회 문턱을 통과에 달려 있다. 현재 공화당뿐만 아니라 많은 민주당원,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종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비싼 이유는 수요보다 150만~500만 채 가량 부족한 공급량 때문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렌트비에 대한 정부의 제한이 수익성을 떨어뜨려 신규 개발을 억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인건비, 건설 자재 비용 등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가 건설업계의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일했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임대료 규제는 그 어떤 경제 정책 못지않게 불명예스러운 정책"이라며 "이를 부활하고 확대하겠다는 발상은 궁극적으로 주택 공급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