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지갑 닫자 "반값 할인"
중국에서 일부 고가 패션 브랜드의 제품이 반값에 판매되고 있다.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중국 중산층들이 지출을 줄이고 유통 과정에서 재고가 쌓이는 문제가 발생하자 업체들이 가격을 낮춰서라고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정보제공업체 럭셔리사이트 집계를 살펴본 결과 베르사체와 버버리의 중국 내 평균 할인율이 각각 30%, 40% 수준에서 올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알리바바와 자회사인 티몰에서는 마크제이콥스가 이달 초 핸드백·의류·신발 등을 50% 이상 할인했고 보테가베네타도 가방 구매 시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다.
중국은 명품업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으로 꼽혔다. 해외여행이 막혔던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국 국내시장에서의 고가품 매출이 급증, 2019년 대비 2021년에 약 2배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가 브랜드들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재고를 늘리는 한편 매출을 늘리기 위해 티몰·징둥닷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상품을 판매했고 유럽·미국 등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내 판매가격을 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 실업률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는 예전 같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럭셔리사이트의 조너선 시보니는 "과거와 달리 이제 중국 고가 브랜드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 간의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충분히 싸지도 않고 생존할 만큼 크지도 않은 중간 수준의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경기 둔화 속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사치를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고가 브랜드들에 악재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가품 시장이 직면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중국의 침체"라며 "중국에서는 핸드백에서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성장을 견인했으나 이제는 소비가 극히 부진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