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2016년 대선 이후 8년만에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유권자 사이에서 함께 확산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8년 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는 다른 환경에서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졸 여성 노동자의 수가 남성을 추월했고, 조직이나 권력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남성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성평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특히 미국에선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많은 여성 유권자가 분노한 상황이다.
은퇴 전 간호사로 근무한 뒤 현재 뉴햄프셔에 거주하는 여성 유권자 캐런 크롤리(6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차별적인 언행 등을 언급하면서 "여성 유권자들은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무당파 유권자인 그는 당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가 없었지만, 현재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표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이 같은 정치 환경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8년 전 대선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져 낙선했다.
당시 여성 유권자의 54%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얻은 여성 표(39%)보다는 많았지만,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여성 표(55%)보다 낮은 수치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인식이 변화한 것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여성 정치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과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이 경쟁력을 보였고, 올해 공화당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돌풍을 일으켰다.
고위 선출직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인에 대해 유권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열린 자세를 보이게 됐다는 이야기다.
크리스티나 울브렉트 노터데임대 교수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선 도전이 여성 정치인의 한계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사회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여전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성이 사회 전반에서 유리 천장을 깨뜨리고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여전히 유권자들의 성차별적인 인식을 넘어서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해리스 부통령에 맞서 '남성성'을 강조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남자의 세상'이라는 뜻을 지닌 제임스 브라운의 대표곡 '잇스 어 맨스 맨스 맨스 월드'에 맞춰 입장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39%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지만, 2020년 대선 때는 여성 유권자의 4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