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늘며 182동 주거용 건물로 변경
유닛 5881개, 전국 20대 대도시 중 최다
제이미슨, 한인타운 오피스 전환 속도내
웨스턴과 윌셔가에 가림막을 치고 공사 중인 오피스 빌딩. 옛 피어스 내셔널 라이프빌딩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무용 빌딩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던 건물이다. 13층 규모인 이 오피스 건물은 내부 구조 변경 공사를 마치면 1층에는 상가와 함께 2~13층은 총 176유닛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주거용 건물로 변신한다. 인근에 지하철이 있어 교통 편의성까지 갖추고 있어 전환 공사가 끝나면 높은 렌트 수입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 빌등을 주상복합의 아파트나 콘도와 같은 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소위 '오피스 건물 재활용' 움직임이 활발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자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앞다퉈 오피스 건물 재활용에 나선 탓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LA가 있다.
상업용 부동산 매체 커머셜 옵서버는 LA가 지난해 오피스 건물을 주거용 건물로 전환으로 전국 20개 대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제공한 도시로 꼽혔다고 전했다.
커머셜 옵서버에 따르면 지난해 LA에서 오피스 건물에서 주거용 전환된 아파트는 모두 182개동. 유닛으로 5,881개의 아파트가 제공됐다.
LA내에서도 한인타운은 오피스 빌딩의 재활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한인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제이미슨 서비스는 2014년 5000만달러를 들여 구입한 19층짜리 LA고등법원타워를 428유닛의 아파트로 전환할 계획이다. 여기에 버몬트에 위치한 19층 오피스타워, 라파예트 파크의 6층 오피스 빌딩, 다운타운의 33층 아코타워, 윌셔실의 7층 오피스 빌등 등을 각각 주거용 건물로 전환을 위해 LA시 당국에 개발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외에도 제이미슨 서비스가 진행하고 있거나 완료한 오피스 건물의 주거용 전환은 1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는 LA 카운티 내 사용하지 않는 오피스 건물과 호텔 건물은 대략 2,300동으로 이들을 모두 주거용 전환하면 최대 11만3000유닛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았다.
사무용에서 아파트 주거용으로 재단장하는 개발 붐은 비단 LA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커머셜 옵서버에 따르면 지난해 가주에서 아파트로 전환된 오피스 건물은 약 1만4000동으로 전체 오피스 빌딩 중 31%가 주거 빌딩으로 바뀌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아파트 전환 빌딩 수도 4306동에 달한다.
LA에서 사무실로 쓰던 건물들이 속속 집으로 바뀌는 현상은 높은 공실률에 따른 수익성 악화 영향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매체 존스 랭 라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LA카운티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27.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1%에 비해 3,2%포인트 증가했다. LA한인타운 미드윌셔 지역을 포함하는 윌셔센터의 공실률도 35.2%로 전년에 비해 3.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한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빈 사무실이 많다 보니 재융자를 받아 오피스 건물을 유지하는 것보다 주거용으로 전환해 수익을 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전환 붐이 일고 있다"며 "아파트 수요에 비해 물량 공급이 너무 많게 되면 자칫 아파트 공실 증가라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