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토론회피 기류에 역공하며 '압박'…"대선 모멘텀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밴스에 "진짜 이상해" 공세…지지자들 "트럼프를 수감하라" 연호
조지아주서 대규모 유세로 흑인표심 공략…트럼프도 내달 3일 같은 장소 출격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사실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남부 경합주인 조지아를 찾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이민자 유입을 줄이는 국경통제 강화법안을 무산시켰다면서 국경 문제에 대해 역공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로 예정된 대선 TV토론 참석을 번복할 조짐을 보이자 "할 말 있으면 내 얼굴 보고 말하라"고 몰아붙이면서 대선 경쟁의 모멘텀이 변화하고 있다며 바람몰이를 시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애틀랜타의 조지아주립대 컨보케이션 센터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남부 국경 문제와 관련, 연초 의회가 안보 패키지 법안을 처리하면서 공화당의 반대로 국경 강화 법안이 빠진 것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초당적인 협상을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과될 준비가 다 됐으나 마지막에 트럼프는 상원의 측근들에게 반대투표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이 선거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국경 안보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트럼프가 죽인 국경안보법을 되살려서 법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에게 진짜 리더십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 문제를 앞세워 자신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역공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차르'라고 부르면서 대규모 불법 입국으로 인한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앞서 미국 상원의 여야 지도부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에 대한 안보 지원 패키지 예산 법안에 국경 강화 예산법안도 포함하기로 합의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 등으로 국경 관련 내용은 절차 투표 과정에서 부결되면서 최종적으로 빠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TV 토론에 대해 '할 수도 있지만 안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 유세를 중계하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도널드, 나는 토론 무대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당신이 (토론 문제를)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말하듯이 '할 말이 있으면 내 얼굴을 보고 하라'"고 압박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관련 입장을 번복한 이유와 관련, "이번 대선에서의 모멘텀이 바뀌고 있으며 트럼프가 이것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는 토론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와 그의 러닝메이트는 분명히 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것(stuff) 중 일부는 진짜 이상(plain weird)하지 않으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자신을 공격하는 주요 포인트인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지표상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하락했고 임금도 상승했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다. 여러분도 알고 나도 이를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면 저는 취임 첫날 가격 폭리(price gouging)를 없애고 물가를 낮출 것"이라면서 "저는 은행과 기업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숨겨진 (추가) 비용과 깜짝 연체료를 더 많이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불공정한 임대료 인상 제한 ▲ 대형 제약사의 처방약 가격 제한 등의 공약을 밝히면서 "우리의 계획으로 많은 중산층 가정은 연간 수천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한 우파 정책집 '프로젝트 2025'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시큐리티(노령연금),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삭감, 부자 감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 등을 추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 구도를 '미래와 과거'로 재차 규정하고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총기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언급한 뒤 낙태 문제와 관련, "생식 관련 자유를 믿는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극단적인 낙태 금지를 막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집회에서도 자신의 검사 이력을 강조하면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를 극대화했다.
참석자들은 해당 발언 때 '트럼프를 수감하라'(Lock him up)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에서 자신이 아직 '언더독(약자)'이라면서 지지자들의 투표와 참여를 독려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날 유세에는 1만명 정도가 참석했다고 캠프측이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에 앞서 미국 흑인 래퍼 메간 디 스탈리온, 퀘이보 등이 공연을 했다.
조지아주는 애리조나, 네바다 등과 함께 남부 경합주로 분류되며 대선 승패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흑인·아시아계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에 조지아주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지아주는 흑인 인구 비율이 30% 정도로 흑인 유권자의 표심이 중요한 지역이다.
이와 관련,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유세 전에 흑인 소유의 역사적인 식당 파스칼스를 방문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1947년 문을 연 이 식당은 흑인 민권 운동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민권 운동 지도자들이 모이는 장소로 사용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J.D.밴스 부통령 후보와 함께 다음 달 3일 오후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유세를 한 조지아주립대를 찾아 유세한다.
그는 31일 낮에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흑인 언론인협회 초청으로 흑인 언론인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면서 흑인 표심 공략에 나선다.
밴스 부통령 후보는 이날 네바다주에서 유세하고 "미국에 대한 충성심은 국경 개방이 아니라 폐쇄하는 데 있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국경 정책 실패를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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