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암학회 대규모 연구…밀레니얼, 신장암, 췌장암, 소장암 발병 위험 2∼3배

비만·해로운 식단·수면부족·발암물질 노출 등 원인 추정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X세대와 밀레니얼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는 사람에게 흔하게 발견되는 암 34종 가운데 17종의 발병률이 젊은 세대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하고 해당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이날 국제학술지 랜싯 퍼블릭 헬스(Lancet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는 베이비붐세대(1950년대 중반∼1960년대 초반 출생)보다 신장암, 췌장암, 소장암의 발병 위험이 2∼3배 더 높았다.

또 밀레니얼세대 여성은 베이비붐세대 여성보다 간암과 담관암 발병 위험이 더 높았다.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 후반 출생)는 갑상선암, 대장암, 신장암, 자궁암, 백혈병의 발병률이 이전 세대보다 높았고, 다른 주요 암의 발병 위험도 컸다.

유방암과 담낭암 및 기타 담관 관련 암, 자궁암의 발병률은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는데, 젊은 세대에서는 더 빠르게 증가했다.

암에 걸릴 위험은 커진 데 비해 젊은 세대에서 암으로 사망할 위험은 안정화되거나 감소했다. 다만 담낭암, 대장암, 고환암, 자궁암의 사망률은 높아졌고, 젊은 여성의 간암 사망률도 높아졌다.

이 논문의 1저자인 아메딘 제말은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지난 수십년간 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이룬 진전이 중단되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암 예방 계획과 암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 검사 개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이번 연구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34개 유형의 암으로 진단받은 2천350만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 암 발병률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아직 없다.

연구자들은 비만 증가, 포화 지방·붉은색 육류·초가공 식품·항생제 사용 등 건강에 해로운 식단으로 인한 미생물 군집의 변화, 수면 부족, 앉아서 보내는 생활 방식, 오염 물질 및 발암성 화학물질 노출 등 환경적 요인을 포함한 몇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부센터장인 어니스트 호크 박사는 "젊은 사람이나 50세 미만은 암 발병 인구에서 소수이지만 암이 점점 더 젊은 연령대에서 생긴다는 점이 걱정된다. 이러한 발병률 증가는 인구 고령화 속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암 검진이 보통 대장암·자궁경부암·유방암·폐암에 국한돼 시행되는 것과, 젊은 사람들은 연령조건 미달 등의 이유로 검진을 받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소속 안드레이 세르첵 박사는 "문제는 환자가 갈수록 젊어지고 있고, 우리가 언제나 좋은 선별 검사를 처음부터 할 수 없는 데다 그렇게 많은 인구를 선별검사할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9∼2021년 미국 내 대장암 검진 대상자인 45∼49세 1천900만명 가운데, 검사를 받은 사람은 400만명에 불과했다.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암센터 소속 라쉬미 베르마 박사는 젊은 사람들은 증상이 나타나도 암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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