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에 점차 커지는 빈부격차
저소득층, 카드 돌려막기에 생활비 줄여
부유층, 주식·부동산 급등에 자산 늘어
다이마몬드 바에서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지난해에 비해 소득은 늘어난 것 같은데 생활은 예전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는 이씨의 소득은 지난해 급여 인상으로 2배 정도 올랐다. 하지만 각종 생활물가가 급등해 급여 인상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이 씨는 "식료품비와 자동차 보험료와 같은 기본 생활 품목들이 하나 같이 오르고 아이들 교육비도 크게 올랐다"며 "저축한 돈을 빼서 쓰다 보니 줄어드는 은행 잔고를 바라볼 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늘어난 카드 부채를 다른 카드로 돌려막기도 하고 오락이나 문화 생활은 끊은 지 오래다. 이씨는 "음식 투고로 외식을 대신하면서 허리띠를 더 졸라 메고 있는데 쓸 돈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상위 몇 퍼센트의 부자들이 앉아서 번 돈을 쓰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씁쓸해했다.
약사로 은퇴한 제임스 드 프랑코는 한인 이씨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뉴욕의 부유층 지역인 롱아일랜드에 자기 집을 갖고 있는 보유한 자산을 주식에 꾸준히 투자해 온 프랑코는 주식 가격이 상승한 덕분에 고소득자 반열에 올랐다. 프랑코는 "자산 가치 상승 덕에 고물가로 인한 피해 보다는 오히려 혜택을 더 많이 봤다"며 "덕분에 펜실베니아에 별장을 구입했고 올해 말에는 몬타나의 글래이셔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물가가 3년 동안 지속되어오면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 삶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주가 급등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가계 자산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일부 고소득이 자산 증가 효과를 누리면서 고물가에 아랑곳하지 않는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급등한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급여만으론 빠듯해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하거나 불필요한 경제 활동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메지만 역부족인 상황에 처했다. 열심히 일하면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 대신 그 자리를 빈부격차가 메꾸면서 그 격차는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혜택을 보는 사람과 타격을 받는 이들 간에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였으며 투자 소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반면에 상당수 가정에서는 팬데믹 시대에 모았던 저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신용카드 및 자동차 할부금 연체율은 급증하고 있다.
BCA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은 2010년 경기침체 이후 최고 수준이다. 캘리포니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주민의 신용카드 부채는 1인당 4,450달러로 2년 동안 34%나 급등했다.
이에 비해 고소득자들은 보유한 주식값이 오르고 주택값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산가치 상승을 누리고 있다. 배당금과 예금 이자도 많이 받고 있다.
자산가치 상승 효과는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면서 부의 편중이 심해졌다. S&P 500을 구성하는 상장사 CEO들의 지난해 기준 보수 중앙값은 1630만달러로 1년 새 10% 늘었다. 이는 일반 직원의 보수 중앙값 보다 200배나 높은 수준이다.
기업 분석 회사 브라이트쿼리의 앤서니 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미국 경제가 투 트랙으로 달리고 있다"면서 "빈부 계층 간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