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선물도 장중 6%대↓…"日 증시, 떨어지는 칼날"
달러화 약세 속 엔/달러 환율 141엔대 찍어…비트코인 10% 넘게 급락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지난주 글로벌 증시를 덮쳤던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5일(현지시간) 아시아 주요 증시가 초토화됐다.
일본·한국·대만 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가 역대 최대 폭락을 기록했고, 달러 가치 하락 속에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1엔대까지 떨어지며 증시에 하방 압력을 더했다.
미 금리 인하 기대 및 안전자산 선호 속에 국채 금리는 떨어졌고, 비트코인 가격도 10%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 닛케이 낙폭 '블랙먼데이' 넘어서…곳곳서 서킷브레이커 발동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사상 최대 하락폭(4,451.28포인트)을 기록하며 전장 대비 12.40% 내린 31,458.42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14.9%)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하락폭은 3,836포인트였다.
닛케이지수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한 지난달 31일에 1.49% 상승했지만 지난 1일(-2.49%)과 2일(-5.81%) 급락했다.
일본의 다른 주가지수인 토픽스 역시 12.23% 급락 마감했다.
닛케이와 토픽스는 지난달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지수 하락세가 심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 UBS는 "지난 2년간 일본 증시 강세의 주동력은 엔화 약세"라면서 일본 주식 투매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 일본 증시에 진입하는 것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종가 기준)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이며, 하락률로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최대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대만 증시 자취안 지수는 8.4% 급락 마감, 1967년 이후 최악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자취안 지수 하락폭(1,807.21포인트)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아시아 각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삼성전자(-10.3%)·SK하이닉스(-9.87%)·한미반도체(-11.09%)를 비롯해 일본 도쿄일렉트론(-18.48%)·어드반테스트(-15.84%), 대만 TSMC(-9.75%) 등이 10% 안팎 급락했다.
닛케이와·토픽스 선물 거래와 코스피·코스닥 등 아시아 주요 증시 곳곳에서는 주가 급락에 따라 장중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여 만이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 상하이종합지수(-1.54%)와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1.21%)도 하락했지만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었다.
한국시간 오후 4시 19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2.03%),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2.08%)도 내렸고, 호주 S&P/ASX 200 지수 종가는 3.7% 떨어졌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아시아태평양 주가지수는 장중 4.3% 하락,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글로벌 증시 약세가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스닥 100 선물은 4.34%, S&P500 선물은 2.46% 가량 각각 하락 중이다. 나스닥 100 선물은 한때 6.5%가량 하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 발동이 우려되기도 했다.
◇ 고용 둔화에 증시 분위기 급변…JP모건 "침체 가능성 50%"
이날 아시아 증시는 지난주 미국 증시와 시장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일(-2.30%)에 이어 2일(-2.43%)도 급락하며 지난달 고점 대비 10% 넘게 하락해 조정구간에 진입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달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면서도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고용지표가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침체 우려가 부각됐다.
특히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4.3%)이 약 3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고, 인플레이션에 집중하던 시장 관심은 이제 고용으로 넘어갔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비판하면서 9월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의 실적 발표 이후 인공지능(AI) 붐의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 주식 보유분을 올해 들어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현금 보유액은 2천769억 달러(377조원)로 늘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고, 엔화 가치 상승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멕시코 페소 등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면서 변동성을 만드는 측면도 있다.
삭소캐피털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전략가는 "시장의 내러티브가 매우 급변했다. 이는 그동안의 흐름이 미국 연착륙 기대에 얼마나 기대고 있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경제팀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고,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침체 가능성을 50%로 보기도 했다.
노무라홀딩스의 체탄 세스 전략가는 "시장 논의가 미국의 연착륙과 침체 사이에 머무르면서 증시를 둘러싼 심리가 취약할 것"이라면서 다음 고용지표 발표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 국채금리 내리고 엔화 강세…비트코인 급락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에 미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내려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장중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3.723%로 지난해 중반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3.818%로 내려와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가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속에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전일 대비 21.14bp(1bp=0.01%포인트) 하락한 0.7475%를 기록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가 종가 기준으로 20bp 이상 급락한 경우는 1999년 2월 8일(-20bp)이 마지막이다.
한국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3.3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806%에 장을 마쳤다.
미 국채 금리 하락 속에 달러화 가치는 약세다.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72 내린 103.036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대비 3.6원 오른 1,374.8원에 장을 마쳤다. 원/엔 환율이 960원대로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하며 아시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일본 엔화는 오후 한때 미 달러화 대비 상승 폭을 3.3%까지 키우면서 141.7엔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강세와 더불어 중국 역외 위안화 가치도 달러 대비 0.7% 올랐다.
한국시간 오후 4시 34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3.45엔 내린 143.08엔, 역외위안/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0342위안 내린 7.1297위안이다.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시간 전 대비 13.39% 하락한 5만2천40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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