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모인 해리스 유세 '경계'…NYT "시청률·관중 수가 트럼프 최대 관심사"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그간 자신의 선거 유세에 몰려든 인파를 큰 자랑거리로 여겨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에 대규모 인파가 몰린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애틀랜타의 조지아주립대 컨보케이션 센터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며칠 전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 유세에 참석한 이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아닌) 연예인을 보기 위해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해리스 캠프 측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 장소에서 진행된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유세에는 1만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중 가장 큰 규모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참석자 수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NYT는 '무엇이 트럼프를 겁먹게 하는가:해리스 군중의 규모'라는 제목의 이날 기사에서 "숫자 놀음은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전부"라며 "해리스 부통령의 첫번째 대규모 유세가 그의 평정심을 잃게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 연설에 앞서 미국 흑인 래퍼 메간 디 스탈리온과 퀘이보가 공연을 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걸고넘어지며 해리스 유세 인파를 경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친 카멀라"라고 말문을 연 뒤 "그는 지난주 여기에 왔었는데, 빈 자리가 많았다"면서 "그가 모은 군중들도 그가 연예인들을 데려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필요 없다.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스타디움을 꽉 채웠다"면서 자신의 선거 운동 구호인 'MAGA'를 주창했다.

유세 참석자 수를 유난히 의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유세 참석자 규모에 '집착'해왔다면서 이는 그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과거 리얼리티 TV쇼를 진행하던 시절에도 프로그램 시청률에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자신의 유세에 몰린 인파의 수를 곧 인기, 더 나아가 득표율의 척도로 해석할 만큼 큰 의미 부여를 해왔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 참석 인파가 전날 열린 여성의 날 행진 참석자보다 많았다고 기자들에게 거짓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고 NYT는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 몰리는 인파는 기존에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를 보기 위해 수많은 지지자들이 한파와 폭염을 모두 무릅쓰고 모여들면서 2016년 대선 캠페인의 규모를 넘어섰다고 NYT는 전했다.

이러한 유세 인파는 그의 2016년 경쟁자였던 클린턴 전 장관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전 경쟁자들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먹는 '티켓 파워'를 보이면서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는 6일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경합주를 돌며 본격적인 유세에 나선다.

1만명을 모은 지난주 애틀랜타 유세에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필라델피아 유세도 흥행이 점쳐진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장소를 제공한 조지아주립대 측이 자신의 지지자들의 입장을 막았다면서 진보 성향의 대학과 다른 '사악한 세력'이 자신의 유세 인파 수를 줄이고자 출입을 통제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이 우리 유세에 사람들이 입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면, 선거일에는 무슨 일을 할 지 상상해보라"며 자주 언급해 온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이를 연결 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참석자들은 연설이 시작되자 자리를 떴다면서 그들이 연예인을 보러 온 게 맞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NYT는 이날 90분간 이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 도중에도 자리를 뜨는 지지자들이 속출했다면서, 정치 유세에 온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다가 연설 도중 자리를 뜨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