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한 美 서비스업 지표가 반등 발판 역할 "경기침체 우려 일부 불식"

본격적 반등은 연준 통화완화 정책·경제지표 뒷받침돼야

엇갈린 바닥 전망 "코스피 2,600 지지선" vs "최악의 경우 2,250 이후 반등"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이민영 기자 = 국내 증시가 지난 5일 사상 최악의 폭락 장세를 불러온 공포와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정세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을 '비이성적 공포'의 결과로 분석하고, 폭락을 초래한 일부 데이터를 뒤집을 경기 지표들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진단했다.

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80.60포인트(3.30%) 오른 2,522.15로 마감, 폭락 장세는 일단 하루 만에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41.59포인트(6.02%) 오른 732.87로 거래를 마쳤다.

오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급반등하면서 2020년 6월 이후 4년 2개월 만에 양 시장에서 동시에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간밤 발표된 미국 서비스업 지표가 예상에 부합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 반전의 발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직전월(48.8) 보다 2.6포인트 오른 51.4를 기록하며 업황 확장세를 나타냈다. 한달 만에 경기 확장·위축을 가르는 기준선 '50'을 회복하면서 시장 예상치(51.4)에도 부합했다.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경기침체 우려와 주말 발생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급락세를 지속했지만, 장중 서비스업 지표를 확인하면서 초반의 '패닉셀' 양상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 역시 개장 직후 65.73까지 치솟으며 패닉 양상을 보였으나, 장중 서비스업 PMI 발표 후 다소 누그러져 전장보다 65% 가까이 오른 38.57을 기록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폭락이 굉장히 이례적 사례라 반등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게다가 간밤 미 서비스업 지표가 잘 나온 결과 바로 반등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고용 지표의 부진이 미 경기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으나 이번 (서비스업) 지표로 이런 우려를 일부 불식했다"며 "최근 실업률 상승이 수요 감소보다는 공급 증가가 원인일 가능성이 커졌다. 허리케인 등 일시적 요소도 가세한 결과로 고용에 대한 우려가 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반등을 투자심리 회복으로 보기엔 이르며, 본격적인 반등 조건은 시장의 불안을 불식할 만한 미국 경제지표와 통화정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오전 한때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 1천8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세를 보였으나, 이내 매도세로 돌아서 1천995억원의 매도 우위로 장을 마치는 등 수급 상으로도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폭락의 원인이 경기침체든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이든 '펀더멘털'이 아닌 '불안'이 촉발했다는 점은 같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불안을 잠재우고 경기에 자신감을 갖도록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극단적 위험 회피 분위기는 이번 미 서비스업 지수처럼 양호한 지표 확인을 통해 침체 걱정을 덜어낼 수 있다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내주 발표될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및 실물경제지표 등이 증시 흐름을 좌우할 단기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나아가 이달 22~25일 잭슨홀 미팅에서의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연설, 28일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발표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처럼 당장 뚜렷한 반등 시점을 점치기 힘든 만큼 단기 바닥에 대한 예상도 엇갈리고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출 환경에서 코스피 적정 수준을 약 2,624로 추산하고 코스피가 2,600~2,650까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2000년 이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4차례 중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다음날 모두 3~5% 반등 흐름이 나왔고 단기간 그 흐름이 지속됐다"며 "동시다발적인 악재의 단기적 반영 극대화는 이번주 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선까지 밀린 만큼 바닥에 거의 다 왔다고 본다"며 "회복이 V자라기보다는 중간에 차익실현 구간이 있을 수 있겠지만 PBR 0.9배를 기준으로 2,6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전날 수준 또는 그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PBR 저점은 선행지수상 경기저점과 일치했는데, 이번의 경우 선행지수 상승 중 급락한 이례적 상황"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및 선행지수 저점 부근의 코스피 PBR 저점은 0.8배였다. 어제 2,441 기준 코스피 PBR이 0.87배까지 후퇴한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2,250 전후에서 저점 테스트 및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단 코스피가 PBR 0.8배와 연중 저점이었던 2,430에서 단기 지지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리스크는 이 저점이 깨질 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