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매자 독박 부담 13일부터 폐지
매매 관련 계약서 전면 수정에 혼란 가중
부동산협회, 수수료 설명 자료 배포 예정
"새로운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에 대해 정답보다는 질문이 더 많다 보니 혼란스럽다." 오렌지카운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 김모씨의 말이다. 지난 3월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이 주택 구매자의 중개 수수료를 부당하게 높게 책정했다는 소송에서 4억1800만달러에 합의하면서 주택 판매자가 홀로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 지급 관행에 전면적인 개편이 예상됐었다. 김씨는 "머리로는 상상을 해보면서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실이 어떻게 변할 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일단 새로운 중개 수수료 제도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새 제도의 도입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택 부동산 시장의 대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주택 부동산 매매 시 주택 판매자(셀러)가 구매자(바이어) 에이전트의 중개 수수료까지 부담했던 관행이 소비자단체의 집단소송으로 송두리째 뒤바뀐데다 개선된 새 제도 시행일마저 바로 코앞이어서 한인 부동산업계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오는 13일부터 새로 적용되는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을 놓고 대원칙만 있을 뿐 각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혼란한 상황을 틈타 편법이나 불법적 수수료 지급 방식도 등장할 수 있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7일 한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0년 이상 이어져 온 주택 매매 시 주택 판매자가 구매자의 중개 수수료까지 부담하는 관행이 변화하게 되면서 한인 에이전트들이 혼란에 빠졌다. 관행의 변화는 지난 3월 NAR이 집단소송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주택 매매 시 주택 판매자가 구매자의 중개 수수료까지 감당해 오면서 주택 가격의 5~6%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모두 독박으로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오는 13일부터 주택 판매자의 6% 중개 수수료 부담 관행은 사라지게 된다.
혼란의 원인은 대원칙만 있을 뿐 각론은 없다는 데 있다. 주택 판매자는 앞으로 주택 구매자의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며, 주택 구매자는 자신의 에이전트와 별도의 중개 수수료 계약을 해야 한다. 이 대원칙 이외에는 단언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보니 매매 계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협상이 가능해지면서 주택 가격에 대한 비율제나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제,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시급제도 등장할 수 있다. 서비스에 따라 중개 수수료를 지급하는 메뉴형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규격화된 계약서는 쓸모가 없어졌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의 경우 새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을 반영해 수정한 매매 관련 계약 양식만 19건에 달한다. 그렇다고 수정된 양식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한인 에이전트들의 혼란을 더 가중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LA에서 활동하는 한 한인 에이전트는 "시행일을 앞두고 혼돈과 혼란이 크다"며 "기존에 해왔던 매매 메카니즘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라서 고객과 소통부터 새로 배워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편법도 등장할 것이란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조기 매매를 위해 구두로 구매자의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는 뒷거래나 구매자에게 크레딧을 부여하는 방식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매자가 집을 보기 전에 중개 수수료부터 강요받는 사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새 중개 수수료 제도 도입과 관련해 한인 부동산업계는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는 중개 수수료 관행 변화에 대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된 설명 자료를 개발해 배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 조나단 박 이사장은 "온오프라인 미팅을 통해 새로운 중개 수수료 지급 방식에 대한 설명 자료를 Q&A 형식으로 만들어 곧 배포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실질적이고 쉬운 표현으로 에이전트는 물론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