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고물가에 지출 줄여 짠 소비

여행·레저·외식업계 중심 실적 악화

매각 등 사업부문 조정 '생존 몸부림'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돈 씀씀이가 예전과 달리 심상치 않다. 직장맘인 한인 백모씨는 "집 밖에만 나가면 숨쉬는 것 빼곤 다 돈이란 말이 실감난다"며 "요즘엔 마켓을 가더라도 필요한 물건만 사거나 외식 대신 집밥이나 한국에서 수입된 가정간편식(HMR)으로 대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엔데믹 선언과 함께 보복 소비가 주류를 이루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소비자 물가가 치솟으면서 1년 만에 소위 짠물 소비로 소비 패턴이 변했다. 
이는 미국 경제 수치에 그대로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소비자 대출은 전월 보다 89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 100억달러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를 놓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소비자 지출의 점진적 둔화로 여겨진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경제 버팀목으로 작용했던 소비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지원금으로 한때 보복 소비가 미덕이었던 시간에서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계 자금이 바다나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고물가는 특히 저소득층에게 재정부담이라는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가계 부채도 급증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2분기 1조14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270억달러(5.8%) 증가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의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작년 2분기 7.2%에서 올해 2분기 9.1%로 올랐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1분기(9.7%)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 둔화에 미국 내 주요 기업들은 실적 악화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디즈니는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올해 2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와 캘리포니아의 디즈니랜드를 포함한 테마파크 사업이 수요 둔화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형·장난감 등 굿즈 판매까지 5% 줄어든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맥도날드는 최근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전 세계 동일 매장 매출이 1% 감소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의 크리스 켐프친스키 최고 경영자(CEO)도 "일부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은 채 집에서 식사를 하는 등 생활비를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 수요도 줄어들면서 항공사들은 예년보다 가을 여행 수요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존 모색을 위해 실적 악화 사업을 떼어 내고 수익을 내는 사업에 힘을 싣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기도 한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 월그린은 1차 진료소를 운영하는 빌리지MD 사업 매각을 고려 중이다. 여기에 최근 실적이 저조한 매장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
골프 브랜드 캘러웨이는 골프 연습장 브랜드인 탑골프 브랜드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도 향후 3년간 150개 매장을 폐쇄하고 350개 매장을 리모델링하는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고용시장이 눈에 띄게 둔화했지만 소비지출은 아직 줄지 않았지만 시장 둔화가 가속한다면 지출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