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65~74세 노인 불안감 공통 현상
재산 적으면 "격차 커질까 불안"...재산 많으면 "재산 잃을까 불안"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난 건 사실이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장수할 때 부딪힐 수 있는 장수 리스크엔 돈이 자리잡고 있다. 60세에 접어들면 노후 자금이 화두로 떠오른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강모씨는 녹내장으로 양쪽 눈을 수술한 뒤부터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실업자 생활 3개월 만에 재취업에 나섰다. 강씨는 "메디케어를 받는 내년까지 생활비를 조금 줄이면 일을 그만두고 은퇴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한 달 필요 경비가 예상보다 커 매일 줄어드는 은행 잔고를 볼 때마다 속을 졸였다"고 했다. 이어 강씨는 "67세부터 소셜 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모아둔 자금이 많지 않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라며 "노후 삶이 돈 때문에 다른 이들과 격차가 벌어지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그렇다면 노후 자금이 넉넉하면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일까?
40년 넘게 한인타운에서 이민 생활을 한 한인 김모씨는 앞서 강씨 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판매업으로 타운 내 자신의 집은 물론 토지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부터 소유한 토지에 공동투자로 아파트를 짓고 있다. 소셜 연금으로는 노후 자금이 모자르다고 판단한 김씨는 아파트를 건설해 렌트비로 모자른 노후 자금을 벌충할 생각이다. 누가 봐도 김씨의 노후 자금은 넉넉하게 보이지만 김씨의 대답은 뜻밖이다. 김씨는 "아내도 연금을 받고 집도 있으며 정기적으로 렌트비를 받으면 팍팍한 삶은 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라며 "그렇지만 건강을 잃거나 사고로 갖고 있는 재산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늘 있다"고 말했다.
노후 자금이 적어도 불안하고 많아도 불안하다. 노후 자금이 적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노후 자금이 많아도 나이가 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것이 현실이다. 재산의 정도의 차이이지 불안감은 공통이다. 무전불안, 유전불안인 셈이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재산이 적은 노년 집단은 격차·경쟁과 관련한 불안을 많이 느끼는 반면, 재산 수준이 높은 이들은 재산 상실을 우려해 안전에 관한 불안을 더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021년 만 65~74세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활용해 소득과 재산 등 경제적 자원과 사회적 불안의 관계를 분석했다.
재산과 소득 수준이 높은 집단은 노인 전체 평균에 비해 격차·경쟁(5점 만점에 3.49점), 불공정(3.37점), 적응·도태(3.1점) 관련 불안은 상대적으로 낮게 느꼈다. 반면 개인 안전에 대한 불안도를 나타내는 안전 불안 영역은 (3.05점)으로 높았다.
이에 반해 재산과 소득이 모두 낮아 경제적 불안정성이 가장 큰 집단에선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격차·경쟁(3.64점), 불공정·불확실(3.51점), 적응·도태(3.22점) 관련 불안 수준이 평균보다 높았다.
비록 한국에서 나온 보고서라서 미국 현실과 맞대응하는 것엔 무리가 있지만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불안감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