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수피리어 52만여건 속기사 없이 재판
돈 없어 직접 이혼재판 변호 나선 주민들
항소하려면 5000불 주고 개인 속기사 사야
"법정 속기사 부족 사태로 공정하고 평등한 정의를 구현하는 사법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LA수피리어법원 책임자인 데이비드 슬레이튼 사무처장의 말이다.
캘리포니아주 법원의 속기사 부족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마다 은퇴를 앞둔 고령 속기사들이 대부분인 데사 신규 속기사 자격 시험의 합격률마저 급락하면서 충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었서다. 속기사 부족으로 중범죄와 가족 및 이혼 등 미성년 관련 재판에서 높은 비용 때문에 개별 속기사를 고용하지 못한 셀프 변호에 나선 주민들은 재판 속기록이 없어 상고나 항고를 하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19일 가주 정책분석국(LAO)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LA를 비롯한 가주 법원에서 691명의 풀타임 속기사가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LA 지역도 법원 속기사가 125명이나 부족한 상태여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가족 관련 재판과 일부 민사 소송 재판 등 52만5000여건의 재판이 속기사 없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법은 모든 중범죄를 비롯해 이혼 및 양육권, 후견인 제도와 각종 금지 명령과 관련된 재판에는 반드시 법원 속기사가 참여해 재판 속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셀프 변호에 나서는 주민은 하루 3000~5000달러의 보수를 지불하면서 개인 속기사를 고용해 높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속기사를 고용하지 못한 셀프 변호 주민들은 재판 속기록을 남기지 못해 상고나 항소를 하지 못해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 받고 있다.
가주 법원이 속기사 관리를 위해 매년 3000만달러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중 1000만달러 예산을 쓰고 있는 LA수피리어법원에선 지난해 급여 인센티브 등 유인책을 제시했음에도 11명의 속기사가 이직했다. 지난 6년간 LA수피리어법원을 떠난 속기사의 수는 모두 117명에 달한다.
지난해 7월 현재 가주 법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속기사는 4752명으로 2013~2022년 사이에 19%나 감소했다. 그사이 신규 속기사 수는 70%나 급감했다.
가주 법원의 속기사 부족 사태에는 다단계로 치뤄지는 속기사 자격증 시험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타주의 속기사 자격증 시험은 1종에 불과하지만 가주에서는 3단계 시험에 통과해야 속기사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가주 내 신규 속기사 자격증 취득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2~2023년 사이에 신규 속기사 자격증 시험 응시자 326명 중 합격자는 68명에 불과했다.
현직 법원 속기사의 고령화도 속기사 부족 사태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직 법원 속기사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30여년 전에 자격증을 취득한 고령자들이다. 이중 법원에 고용된 속기사의 절반 정도는 지난해 12월 말로 자격이 만료된 은퇴 속기사들이란 게 LAO의 설명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