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와 갈팡질팡, 혼란의 4년 더 필요없다…속편은 더 나빠" 트럼프 저격

"위기의 순간 민주주의 구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결단' 바이든에 감사

"Yes We Can" 2008년 오바마열풍 구호 소환…미셸 '희망' 강조하며 지지 호소

(시카고=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불타오르고 있다. 나갈 준비가 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이틀째 전당 대회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나섰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여전히 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막후 실세 커플이 힘을 실으며 민주당은 한층 단합하는 분위기다.

시카고가 낳은 정치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고향에 오니 좋다"며 지난 2008년 '오바마 열풍'을 상징하는 캠페인 구호 '불타오르고 있다(Fired up)', '나아갈 준비(ready to go)'를 소환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내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영광을 안은 지 벌써 16년이 흘렀다"며 "후보가 된 후 내가 한 최고의 일은 부통령 후보로 조 바이든을 선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대당이 개인숭배로 치달을 때 우리는 꾸준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지도자, 자신의 개인적 야망을 나라를 위해 내려놓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단에 감사를 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 배후에 자신이 있다는 의혹을 불식하려는 듯 "역사는 조 바이든을 절대적인 위기의 순간 민주주의를 구한 뛰어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은 '고마워 조'와 함께, 2008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인 '예스 위 캔'(Yes We Can)을 연호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제 횃불은 넘겨졌다"며 해리스 부통령 당선을 위한 당의 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이제는 우리 모두가 미국을 위해 싸울 때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믿을 수 없는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싸움이며, 팽팽하게 양분된 나라에서 벌어지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여기 78세의 끊임없이 불만을 멈추지 않는 백만장자가 있다. 그는 이제 카멀라에게 질 두려움까지 가져 상황이 한층 악화하고 있다"며 "유치한 변명에, 미친 음모론에 거짓말, 심지어 군중 규모에 대한 괴상한(weird) 집착까지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어 "트럼프는 이웃들의 창문에 매일 자신의 집 낙엽을 날려 보냈다고 한다"며 "이웃으로서 이는 지치는 일이지만, 대통령으로서 이는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허세와 갈팡질팡, 혼돈을 4년 더 경험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 영화를 이미 보았고, 보통 속편은 한층 심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은 이제 새 장으로 넘어갈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을 위해 준비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재임 시절 주요 성과인 의료보험 보장 확대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거론하며 "카멀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수백만을 실질적으로 보살피고, 그들의 매일 매일의 임금과 노동 조건을 대변할 대통령이 필요하다. 카멀라는 그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 대해서도 "이 사람이야말로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이라며 주목받고 있는 그의 '보통사람' 패션을 거론, "정치 컨설턴트가 아니라 옷장에서 꺼낸 게 분명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연설을 듣고 있던 월즈 주지사의 부인 그웬 월즈 여사가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상호 존중이 우리의 메시지가 돼야 한다"며 "우리의 정치는 오늘날 너무나 양분돼 있다. 이런 소리는 너무나 순진하게 들릴 수도 있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세상은 지속되지 않는 돈과 명예, 지위, 낯선 자들의 '좋아요'를 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하면 독재자들이 활개를 칠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필요는 없지만, 미국은 선한 힘이 될 의무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 앞서 연단에 선 미셸 여사는 미국에 "희망이 돌아오고 있다"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자"(Do something)고 호소했다.

여전히 막강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셸 여사는 아마존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차림으로 연단에 올라 해리스 부통령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의 편협한 관점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성공적인데 어쩌다 흑인인 사람들이 위협으로 다가온 것 같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흑인 언론인들과 대담에서 '흑인 일자리'를 언급한 사실을 직격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그(트럼프)가 지금 추구하는 일이 그 같은 '흑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할 것인가"라며 관중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는 해리스 부통령과 2004년 해리스 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 후원에 나서며 첫 인연을 맺었다.

특히 2008년 대선 경선 당시 해리스 부통령이 같은 여성 법조인 출신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아닌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원하며 힘을 실은 뒤 이번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해리스 부통령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게 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부부가 희망과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며 역시 2008년 대선의 핵심 키워드였던 희망이 이번 대선에서도 '기쁨(joy)'과 함께 레이스를 관통할 것으로 내다봤다.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