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연설가 오바마·클린턴 필적할까…단기간 급부상 해리스, 수락연설 시험대
"중산층 성장 배경·검찰 경력 등 개인적 이야기 유권자에게 알리며 비전 제시"
'오바마 필사'가 연설문 주도, 다듬기·연습 막판 올인…트럼프와 차별화 주력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전했다.
WP는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이틀간 미시간호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핵심 참모 몇 명과 칩거하며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중차대한 연설을 다듬고 연습하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잘 모르는 대다수 국민에게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것이 연설 준비 과정에 대해 아는 이들의 전언이다.
WP는 "해리스의 급격한 부상은 그녀의 인생 스토리에 대해 아는 이가 별로 없음을 뜻한다"며 "해리스는 공화당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본인이 먼저 이야기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로 갑자기 대선 후보가 되면서 통상적인 당내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보통 토론회 등 경선 절차가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를 알아가게 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수락 연설의 주요 목표는 그러한 틈을 메우도록 하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대중연설에서 사자후를 토하는 웅변술로 정평이 나 있는 정치인은 아니다. 그 보다는 상원 청문회에서 증인을 몰아붙이거나 토론회 때 상대방을 직격할 때 '검사적' 역량을 발휘하는데 강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하차 후 경합주를 돌며 반복되는 내용과 스타일의 유세를 벌여오긴 했지만, 대관식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전대의 대미를 장식할 수락 연설은 그 비중과 상징성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선 시험대에 올라선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참모들은 그가 이번 연설에서 개인적인 이야기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 그것을 자신의 정책과 국가 비전과 연결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서 해리스의 공보 담당 국장을 맡았던 저말 시먼스는 해리스에 대해 "그는 부통령이다. 사람들은 그 삶의 모든 세세한 부분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아 왔다. 대통령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야기할 기회를 갖기 전에 반드시 사람들에게 그녀가 누구인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운동 연설문 작성자였고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에 합류했던 애덤 프랭켈이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수락 연설문 작성을 주도해왔다고 두 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인 로레인 볼스와 선거 캠프 비서실장 실라 닉스도 연설문 작성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자신이 어떻게 자랐는지, 검찰 시절 등 자기 경력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며 정치적 정점에 오른 것을 독특한 미국의 이야기로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또 부유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자신은 중산층을 이해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 유세에서 "나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내 어린 시절 대부분 동안 우리는 세입자였다. 나의 어머니는 집을 사기 위해 10년을 훨씬 더 넘게 저축했다. 내가 10대일 때 그날이 드디어 왔고, 나는 어머니가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청년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일했던 사람 중 일부는 그 급료로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다. 그들은 집세를 내고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두 개, 혹은 심지어 세 개의 일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각각 당의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공식 추인하는 자리로 해리스 부통령은 마지막 날인 22일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집권 비전을 공개한다.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