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친근 이미지' 민주 월즈, '트럼프 이상해'로 두각…호감도에서 밴스 앞서

'리틀 트럼프' 공화 밴스, '무자녀 캣 레이디'로 설화…월즈 경력 등 검증 공세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민주당이 11월 대선에 나설 부통령 후보로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를 21일(현지시간) 확정함에 따라 월즈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40) 상원의원간 대결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흙수저 출신인 이들은 전국적으로는 지명도가 낮은 백인 남성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군 복무 이외에는 사회 경력이나 정치적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네브래스카의 시골에서 태어나 채드런 네브래스카 주립대를 나온 월즈 후보는 정계 입문 전에 주 방위군 근무, 고등학교 교사, 학교 미식축구 코치 등 평범한 이력을 가진 소박한 '동네 아재'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내의 고향인 미네소타에 정착한 그는 2004년 대선 때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선거운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정치에 나섰으며 이후 연방 하원의원에 이어 미네소타 주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지사 등으로 재임하면서 낙태권, 총기 안전 문제, 보편적 무상급식 등의 정책을 실시해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여왔다.

전국 무대에서 사실상 무명이었던 그가 이번 대선에서 부상하게 된 것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향해 "정말 이상하다"(weird)라고 말한 것이 당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슬리피 조'(Sleepy Joe·졸린 조 바이든 대통령) 등과 같은 각종 별명붙이기로 정치적 경쟁자를 조롱했던 것과 달리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적합한, 쉽고 평이한 공격적 표현을 찾지 못했는데 이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실제 그는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이후에도 친근하면서도 평이한 말투로 재치 있게 대(對)트럼프 공세를 이어가면서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돋보이게 하는 등 '케미'(궁합)를 과시하고 있다.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산맥 주변의 가난한 백인이 처한 처참한 실상을 고발한 밴스 후보는 힐빌리(미 중부 산악지대에 사는 농민이나 나무꾼에 대한 호칭) 출신의 엘리트다.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난 그는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벤처캐피털리스트 등으로 성공하면서 '아메리칸드림'의 표상이 됐다.

특히 그는 대학 학비 마련을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입대했으며 이라크에 파병된 이력도 있다.

밴스 의원은 정치적으로는 애초 '반(反)트럼프'였으나 트럼프 정부를 지나 정계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 초강경 친(親)트럼프 충성파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히틀러'라고 비판했으나 지금은 '리틀 트럼프', '마가(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구호) 상속자'로 불리고 있다.

월즈 주지사와 밴스 의원간의 대결은 지금까지는 월즈 주지사가 다소 앞서 있다는 미국 언론의 평가다.

밴스 의원은 월즈 주지사가 붙인 '이상하다'는 딱지에 대해 "정책 대신 괴롭힘으로 인신공격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으나 효과적으로 방어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밴스 의원은 이른바 '무자녀 캣 레이디' 언급 등을 비롯해 과거 여성 및 낙태 문제 등에 대해 초강경 발언을 한 것이 다시 알려져 설화를 치르면서 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밴스 후보는 이후 월즈 후보가 2005년 주 방위군이 이라크에 파병되기 직전에 방위군(비상근)에서 제대했다면서 파병 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가 없는데다가 월즈 후보가 20여년이나 복무했다는 점에서 일부 예비역 군인들이 월즈 후보를 두둔하면서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다만, 이를 계기로 월즈 주지사도 과거에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부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드러나 문제가 되는 등 본격적인 검증대 위에 오른 상태다.

일례로 실제 전투에 참여한 적이 없는 월즈 후보는 2018년 총기 안전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내가 전쟁에서 들고 다녔던 전쟁 무기"라고 언급했었는데, 월즈 후보측은 이 발언이 최근 논란이 되자 오해 소지가 있는 표현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난임 치료를 위해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을 한 것처럼 발언해왔으나 월즈 후보의 부인은 이를 자궁내 정자주입(IUI·인공수정)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친근한 인상을 무기로 유세장 등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월즈 후보에 대한 호감도(36%)가 밴스 후보(27%·AP통신 조사)보다 높다.

그러나 둘 다 모두 전국적인 인지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인 북부 경합주 표심을 주 타깃으로 하는 월즈 후보와 밴스 후보간 본격적인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평가도 있다.

두 사람은 10월 1일 부통령 후보간 TV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