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 ·보험료 급등에 유지비 부담 커 
19세 면허 보유 87% → 68%로 감소

한인타운에 사는 50대 김 모씨는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대학생 아들 때문에 속이 터졌다.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면허증이 신분증이니 빨리 따라고 몇 번을 말해도 밍기적거리는 아들한테 열을 내다가 결국은 "니 마음대로 하세요"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포기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다운타운에 일자리를 얻었고 지난 2년간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회사를 다니고 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을 갈 때는 우버를 이용하고 주말에는 주로 여자친구가 모는 차를 타고 움직인다.
김씨는 한동안 아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지만 지금은 별 불만이 없다. 차값이 비싼거야 그렇다 쳐도 자동차 보험료가 너무 올라 차량 유지비가 부담스런 세월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운전을 포기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비싼 차값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 때문에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한때 성인과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운전을 기피하는 현상은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는 미국 10대와 20대 모습을 고스란히 대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운전면허 소지자 중 19세 비율은 1983년 87.3%에서 2022년 68.7%로 꾸준히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대와 20대에게 운전의 가치는 다른 세대보다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운전 선호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비용 부담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와 자동차 보험료는 모두 상승했다. 미국에서 평균 신차 가격은 2019년 이후 32.2% 급등해 올해 7월 기준 4만4604달러다. 또 운전 경력이 짧아 자동차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10대와 20대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 18~24세 미국 운전자 10명 중 3명꼴로 1년 내 자동차보험료가 300달러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운전면허가 없는 19세 대학생 앤젤리나 레이예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남자친구와 가족의 도움으로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굳이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전에 과연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신차·중고차 판매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점유율은 최근 2년간 0.1% 감소했다. 타이슨 조미니 JD파워 부사장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특정 세대의 판매 점유율이 줄어드는 건 매우 드물다"며 "그들의 연령이 높아져도 구매 비중은 그리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쉽게 완화되긴 어려워 직접 차를 구입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필요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족에게 이동을 부탁하려는 10대와 20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