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부자들이 1등인 불공정한 미국"
해리스폴 여론조사서 반 슈퍼부자 정서 확인
응답자 59% "슈퍼부자 때문에 불공정 사회 돼"
슈퍼부자가 인플레 심화시켜 응답자도 58% 차지
응답자 61% "언제가 슈퍼부자 되기를 꿈 꿔"
한인타운에서 살면서 이민 생활 14년째를 맞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온과 같은 복권을 정기적으로 사는 게 일상이 됐다. 이씨는 "14년 이민 생활이지만 계획보다 모아논 돈도 없고 그렇다고 번듯한 집도 사지 못했다"며 "돈 많은 부자들의 씀씀이를 뉴스로 들을 때마다 난 뭐했냐 싶은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월급만 가지고는 당장 아이들과 생활하기에도 빡빡한 것이 이씨의 현실이다. 이씨는 "아메리칸 드림은 고사하고 생활하기도 벅차다"며 "슈퍼 부자들이 때로는 밉게도 보이지만 한편으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복권을 사고 있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누구나 성실하게 일하면 경제적 부를 축적해 내 집 마련과 함께 중산층으로 계층 상승을 이루는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져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에서 멀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은 많이 가진 슈퍼 부자들을 미워하는 반 슈퍼 부자 정서로 변한다.
반 슈퍼 부자 정서는 올해 대선에서도 선거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퉁령이 향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억만장자 친구들만 배불리는 이기주의자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종차별이나 민주주의와 같은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슈퍼 부자를 위한 이기주의자라는 사회 계층의 차이에서 오는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전략이다. 반 슈퍼 부자 정서가 일상의 삶에서 이제 정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민의 상위 1%를 차지하고 있는 극소수 억만장자들인 슈퍼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이 최근 미국 성인 21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슈퍼 부자 때문에 미국 사회가 불공정한 사회로 퇴보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회의 평등을 의미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10명에 6명꼴인 셈이다.
특히 비백인층에서 반 슈퍼 부자 정서를 보인 비율은 71%로 2년 전 64%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반 슈퍼 부자 정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인플레이션의 주범 중 하나로 부자들을 꼽고 있다. 이번 조사 응답자의 58%가 슈퍼 부자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됐다고 응답했고 62%는 미국 사회가 극소수 슈퍼 부자들의 뒷마당으로 전락했다고 답했다.
반 슈퍼 부자 정서는 부자 증세로 이어진다 응답자 69%는 슈퍼 부자들에게 릫부유세릮 형태의 세금를 별도로 부과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z세대 응답자들 사이에서 부유세 도입 찬성 의견이 80%에 달해 타세대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반 슈퍼 부자 정서에도 모순적인 면이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기 위해 언젠가 슈퍼 부자 대열에 합세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미국인들이 61%나 되기 때문이다. 슈퍼 부자는 미국인들에겐 애증의 대상인 셈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