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자유' 내세워 여성의 선택권 전면 지지…트럼프 "州 차원 결정"

트럼프 "범죄자 몰려온다" 이민 규제 총공세…해리스 '국경안보법' 재추진

민주, 연방 차원 총기규제 추진…공화, 정강정책에 '총기 수호 권리' 명시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대립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은 낙태와 이민 등 사회 분야에서다.

미국인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정책들이다 보니 양 진영 모두에서 공격적으로 이를 메시지의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데다가 상당수 문제가 사실상 이번 대선의 판세를 가를 경합주와 얽혀 있는 만큼 대립각이 한층 뚜렷하다.

◇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 폐기 낙태권…해리스 "연방법으로 보호"

대선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이슈 가운데 하나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폐기한 낙태권 문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로 불과 한 달 만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채운 해리스 부통령은 주요 정책에 있어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계승하는 골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 등판과 함께 한층 강력하게 전면에 부상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낙태권이 꼽힌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2022년 중간 선거 당시에도 낙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말 그대로 '대패' 위기의 판세를 하원에서 근소한 패배와 상원 다수당 유지라는 사실상 승리에 가까운 성적으로 바꿔낸 전례가 있다.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 본인 역시 후보가 되기 이전 시절부터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 수호의 투사로 나서 왔다.

민주당의 간판이 되자마자 '민주주의'에서 '자유'로 당의 대선 키워드를 단숨에 바꾼 그는 애리조나 등 경합주 유세마다 낙태 이슈를 전면에 부각해 무당층 및 여성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전국 단위로 낙태를 금지할 것이라고 공격하며, 자신의 집권 시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허용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 정신을 담은 연방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주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 정도만을 확인하며 민주당 공세의 예봉을 피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전국 단위의 낙태 금지법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낙태약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타임지 인터뷰에선 낙태 여성에 대한 기소 등 문제 역시 각 주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강경 국경 정책 부활…해리스 '국경안보법' 재추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이민 문제를 캠페인의 중심에 일찌감치 세워 놓았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이민자들에 대한 '막말' 공격과 트레이드 마크였던 '국경 장벽' 공약으로 열광적 인기를 끌어모은 그는 이번에도 일찌감치 멕시코와 남부 국경에 살인자와 범죄자, 정신병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미국의 치솟는 범죄율을 모두 이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시절 안전했던 국경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엉망이 됐다고 비난하며 자신의 백악관 복귀야말로 이민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그는 자신이 백악관에 들어서자마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이 일어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는 구금 수용소와 주방위군이 동원될 수 있는 작전이라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첫 집권기와 유사하게 보건을 이유로 이민을 제한하는 타이틀42, 무슬림 국가들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 등이 부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일맥상통하게,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한 국경안보 강화법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문제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략적 이유로 막아섰다고 비판하며, 이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은 근본적인 이민 제도 개혁만이 문제를 유일한 해법이라는 방침 아래, 국경 통제 강화와 국경 방위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국경안보법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 수락 연설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경안보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 해리스, 바이든 환경정책 계승…트럼프 "취임 첫 날 '드릴·드릴·드릴'"

기후 변화 문제 역시 양측이 날카롭게 충돌하는 지점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였던 기후 변화 대응은 해리스 부통령 집권 시에도 대를 이어 우선순위 상위에 포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지원을 포함해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 등 한국 기업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이런 차원에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후 위기는 '핵위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환경 문제의 심각성 자체를 부인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날 바이든 행정부가 엄격히 규제한 석유 시추를 완전히 풀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즐겨 사용하는 발언 가운데 '시추, 베이비, 시추'(Drill, baby drill)라는 문구가 포함될 정도다.

총기 규제 역시 전통적으로 양당이 대립하는 정책 지점 가운데 하나다.

민주당은 미국의 고질적 사회 문제인 총기 사고를 막기 위해 살상 무기 금지를 포함해 연방 정부 차원에서 총기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정치자금계의 '큰손'인 전미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는 공화당은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해 왔다.

공화당은 지난 7월 새로 발표한 정강정책에서도 "헌법과 권리장전, 그리고 언론·종교의 자유와 무기 보유 및 소지 권리를 포함하는 우리의 근본적 자유를 수호한다"고 못박았다.

kyunghee@yna.co.kr